화재로 원생들의 숙소가 불에 타버린 불교계 보육시설인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선재동자원에서 지산 스님(오른쪽)이 복구 작업을 잠시 멈추고 원생들의 하교인사를 받고 있다. -변영욱기자
25일 아침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에 있는 아동사회복지시설 선재동자원.
불에 탄 임시건물 앞에 설치된 대형텐트는 연일 계속된 비에 젖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 속에서 보호자 없는 69명의 아이들이 개학을 맞아 등교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들은 지긋지긋한 조립식 건물에서 벗어날 기대로 한껏 부풀었으나 5월 들어 후원자가 3분의 1 미만으로 급감하면서 공사는커녕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1일 남학생용 임시건물에 전기누전으로 불이 나 텐트 생활이 시작됐다. 시설 운영자인 지산 스님은 “빗속에 아이들이 잘 곳이 없고 빚은 매달 쌓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3세의 미혼모 A씨는 5월 갓난아이와 함께 대한사회복지회를 찾아왔다.
“조금만 도와주면 아이와 함께 살고 싶어요”라는 그의 희망을 이 단체 담당자들은 애써 외면해야 했다. “연초만 해도 매달 10여만원의 양육비와 직업교육도 해줄 수 있었는데….”
결국 A씨는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렇듯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보육원 등 복지시설과 소년소녀가장, 무의탁 노인, 장애인 등 불우이웃에 쏟아지는 손길이 크게 줄고 있다. 일부 단체들은 “외환위기 때에도 회원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전례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 사회복지단체로 불우이웃과 후원자를 맺어주는 한국복지재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후원을 중단한 후원자는 모두 9000여명. 7월 말까지의 후원 중단 사례만도 지난해 전체보다 30%나 더 많았다.
이에 따라 이 재단 후원자는 7월 말 현재 지난해 9만674명보다 3242명(3.6%)이 준 8만7432명으로 집계됐다. 통계가 잡혀 있는 1997년 이래 후원자가 감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사회복지회도 마찬가지. 신규 회원이 지난해의 70% 수준에 그치고 후원금을 낮추겠다는 기존회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단체는 후원금 격감으로 불우이웃에 대한 고정 지원만으로 근근이 운영하고 있다. 최낙창 기획실장은 “장애아들의 치료비, 미혼모의 양육비 등 추가 지원은 꿈도 못 꿀 형편”이라고 한탄했다.
이 밖에도 한국어린이보호재단 홀트아동복지회 불마트 등 대표적 사회복지단체들도 후원자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 사회복지시설이나 미(未)인가시설의 사정이 특히 나쁘다.
서울시 김정기 사회복지정책팀장은 “알려지지 않은 사회복지시설들의 운영난은 더욱 심각하다”며 “서울시만 해도 현재 120여곳의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의정부=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