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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대표-청와대 갈등]鄭측 숨고르기 “기조 바뀐 것 없다”

입력 | 2003-07-25 19:04:00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청와대 386 비서진 문책 요구로 파문을 일으킨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2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사자성어를 인용해 “우리당과 청와대 관계는 이런 것이다. 서로 잘하고 잘되자고 한 뜻이었는데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고 짧게 언급했다.

전날의 강경한 분위기에 비하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다.

청와대의 386 인사 등에 대한 문책을 요구,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그러나 정 대표의 한 측근은 “순망치한이라고 점잖게 표현했을 뿐, 기조가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정 대표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정 대표를 제외한 채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와의 회담을 추진하는 등 ‘무시 전략’으로 나오고 있는 점을 들어 ‘추가 조치’의 현실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정 대표 주변에서 거론되는 ‘추가 조치’로는 우선 굿모닝시티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 라인과 청와대 386 참모들과의 인적 커넥션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 대표측은 386 세대의 ‘음모론’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과 자료를 확보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정면 비판할 것이라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정 대표가 이날 새벽 신당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도 이와 관련해 시사적인 대목이다.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로 이 문제가 일단락되긴 했으나, 정 대표가 당시 선대위원장으로서 비공개 자료를 갖고 있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고 나온다.

아무튼 정 대표는 이날 추가 언급을 자제한 채 회의 직후에는 중도파 의원들을 만나 통합신당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등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다.

검찰 출두를 공언한 이달 말까지 당 대표로서 민주당의 진로에 대한 당내 합의를 이끌어내야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 측근은 “청와대가 정 대표를 무시하면 정 대표도 청와대를 무시하고 가는 거지”라고 내부의 강경 분위기를 전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청와대, 鄭주변에 화살▼

청와대는 25일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386 참모를 겨냥해 문책인사를 요구하는 등 강경발언에 나선 배경에 정 대표 일부 측근의 ‘과장된 정보전달’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열린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는 “정 대표 본인의 진의와 다르게 주변에서 확대되고 과장된 얘기들이 너무 많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정 대표와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22일 회동과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른 얘기를 정 대표측이 언론에 왜곡해서 전달했다는 해명도 있었다.

문 수석비서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가 2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는 정 대표 측근들의 주장에 대해 “뛰쳐나간 사실이 없다. 남들의 이목이 있어서 정 대표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간 것뿐이다”고 설명했다. 문 수석비서관은 또 “그날 회동에서는 95% 정도 내가 듣는 입장이었고, 별다른 말다툼이나 갈등 같은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이 정 대표와 전화통화를 하기 위해 5번 시도했다는 정 대표 쪽의 얘기도 사실무근이라고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전했다.

또한 24일 오후 정 대표와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만난 직후 유 수석비서관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 데 대해 정 대표측은 “자의적인 해석이다”고 불만을 표시했지만 정작 정 대표 본인은 이날 저녁에 유 수석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와 “유 수석이 말 잘했더라”고 했다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그러나 정 대표측은 “전날 저녁 정 대표가 유 수석과 전화통화한 일 자체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유 수석이 ‘물타기’식으로만 대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