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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김병무/‘사교육 전담교사’ 학교서 양성하자

입력 | 2003-06-19 18:43:00


마음껏 뛰어놀며 즐겁게 공부해야 할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 사교육 현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학생들은 시간에 쫓겨 지치고,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은 공교육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사교육의 수요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사교육비는 다양하다. 그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예체능과 영어다.

초등학생들이 전인교육을 받기 위해 영어 미술 음악 체육 등의 학원에 가는 것은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공부를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안에는 예체능과 영어를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만큼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초등학생들의 사교육 수요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야 하고,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전담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일반 교과와 함께 예체능과 영어까지 만족스럽게 지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예체능과 외국어는 소질과도 관련이 있어 여러 교과와 동시에 전문적으로 지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 예체능과 영어 전문교사 양성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는 전문교사 양성체제인 사범대학에서 초등학교 예체능 및 영어 전담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교사 양성체제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등학교 등 크게 셋으로 나뉘어 있고 각 단계간 구분이 엄격하게 강조된다. 물론 교육에는 단계가 있다. 그러나 그 단계를 두부모 자르듯 구분할 수는 없다. 모든 교육은 상호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각 단계 교육을 연계시켜 교육 단위를 설정하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경직된 교육 단계에 유연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유치원 교사는 약간의 연수만 받으면 초등학교 저학년을 충분히 가르칠 수 있고, 또 중등학교 교사는 필요한 연수만 받으면 초등학교 고학년 교과를 가르칠 수 있다. 교육의 근원적 본질은 동일하다. 다만 단계에 따라 적용할 이론과 지식 지도방법 등이 다를 뿐이다. 교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러한 차이는 쉽게 보완할 수 있다.

사범대학의 기존 예체능 및 영어교육과에 중등 전공과 아울러 초등 음악교육, 초등 미술교육, 초등 체육교육, 초등 영어교육 전공을 개설해 상호 복수전공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양성된 초등 예체능 및 초등 영어 전공자가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토록 하면 된다. 사범대학에는 이들 분야의 전문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들이 갖춰져 있다.

초등학교 안에서 예체능과 영어 등의 교육이 전문교사에 의해 심도 있게 행해지면 초등학생의 사교육비가 대폭 절감되는 한편 공교육의 위기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병무 공주대사법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