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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주도 김영완씨, 특검법 공포직후 출국

입력 | 2003-06-18 18:42:00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남북정상회담 추진비’ 명목으로 받은 150억원의 양도성예금증서(CD) 돈세탁을 주도한 재미사업가 김영완(金永浣·50)씨는 무기중개업 및 부동산업계 등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93년 율곡사업 국정조사 때 CH47D 헬기 중간거래상 ‘삼진통상’ 대표로 무기 도입 경위와 로비 여부를 묻는 증인으로 채택됐으며 무기중개상들 사이에서 ‘영 킴(Young Kim)’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서울에서 중고교를 다녔으며 78년 K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친구들은 “178cm의 큰 키에 시원시원한 외모로 성격은 호쾌했지만 학업에 열중하는 타입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80년대 중반 결혼해 아들 딸을 한 명씩 두고 있으며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저택을 가지고 있다. 또 강남구 도곡동, 역삼동 등 요지에 수십억원대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어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김씨가 3년 전부터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5층짜리 C빌딩은 연건평 200평으로 시가는 80억원 상당. 김씨는 이 건물 2층에 있는 부동산 개발사 ‘맥스디앤아이’의 회장이다. 매일 검정색 벤츠500을 타고 출근하던 김씨는 특검 법안이 공포된 직후인 올 3월 2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이 회사는 직원이 모두 12명으로 땅을 매입한 뒤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딩 등을 지어 파는 일을 주로 한다는 것.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알리안츠제일생명보험으로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노른자위 부지 654평을 사들여 현재 주상복합건물을 짓고 있다.

이 회사 사장 오모씨(50)는 국정홍보처와 문화관광부를 거쳤으며 주미영사관 부이사관(3급) 등을 지냈다. 한 관계자는 “김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사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어 그는 업계에서 ‘실력자’로 통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이 건물 지하에 있는 게임개발회사 ‘EIR 크리에이티브’의 회장도 맡고 있다. 서울 시내 곳곳의 오락실에 빠찡꼬 등 오락 기계를 보급하고 직접 오락실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날 서울지법에서 열린 박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박 전 장관은 이날 “김씨는 98년 국민의 정부 시절 장관을 거친 사람의 소개로 알게 됐다”며 “김영삼 정부 시절 무기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날 김씨가 찾아와 ‘현대에서 금강산 여객선 카지노 사업권을 따냈다’며 카지노 사업 승인을 요청했으나 강원 정선군 주민들이 반대해 ‘불가’를 통보해 준 일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김씨가 언론사 고위 간부를 많이 알고 있어 언론사와 문제가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요량으로 알게 됐다”며 김씨가 자신의 자금관리책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김씨의 출국과 관련해서는 “알고는 있었지만 김씨는 평소에도 한두 달씩 연락이 없었다”며 “절친한 사이가 아니어서 출입국 관계는 잘 모른다. 하여튼 외국출장이 잦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씨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당시 뉴욕 한인회장 등을 지낸 박 전 장관과 알게 됐으며 10년 이상 교유를 해 온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김씨에게서 돈세탁을 부탁받은 것으로 알려진 명동의 사채업자와 자영업자들은 모두 명의를 잠시 빌려줬거나 도용당한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지모씨는 17일 영문도 모른 채 특검에 출두했다가 2000년 5월 1억8000만원 상당의 CD가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배서된 상태로 은행에서 현금으로 교환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