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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이곳]소설가 공지영씨의 분당 요한성당

입력 | 2003-05-20 18:16:00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그냥 와보세요.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으니까요.”

베스트셀러 ‘봉순이 언니’와 ‘고등어’의 작가 공지영씨는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의 분당요한성당을 찾았다.

분당에서 가장 큰 성당인 이곳은 고딕 양식의 외관과 함께 내부 장식이 아름다워 신자가 아니라도 한 번쯤 가볼 만한 곳.

작가 공지영씨가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의 분당요한성당 1층에 있는 피에타상을 가리키고 있다. 김동주기자

“저도 절에 가면 부처님께 절해요. 절을 한 바퀴 돌면 마음이 편해져요. 신앙과 상관없이 조용히 있고 싶을 때 오세요.”

공씨는 마음이 답답할 때 요한성당 4층 왼편에 있는 ‘성체 조배실’을 찾는다. 영성체(가톨릭에서 예수의 살을 상징하는 밀떡)를 보관하는 곳으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그는 신발을 벗고 카펫에 앉아 “아무 생각이나 떠오르도록 내버려두라”고 조언했다.

“정적이 너무나 귀한 시대입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완전한 고요’ 속에 빠질 기회가 흔치 않죠. 집에 혼자 있어도 TV라도 켜놓게 되잖아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을 때 이런 곳에서 생각에 잠기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

그가 재작년 유럽의 수도원을 돌아보고 쓴 책인 ‘수도원 기행’에서 밝힌 것처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의미 따위에 아무 관심이 없다면 의미를 잃어버릴 이유도 없다.

성당 1층에는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피에타상(像)이 있다. 이는 이탈리아 성 베드로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작품과 재질 및 모양이 같은 복제품으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만들어졌다.

그는 ‘수도원 기행’에서 고백했다. “중고교 때 열심히 신(神)을 믿다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20대에 신을 버렸고, 18년이 흐른 뒤 신에게 항복했다”고.

그는 성당 추천이 가톨릭을 믿으라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걱정하면서 “대상이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믿음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당에 가는 날이면 번지점프대가 있는 율동공원의 호숫가를 꼭 찾는다. 호수 주위 자전거도로(2.5km)를 걸으면서 소설의 내용을 구상한다. 햇빛에 무지개 색깔을 내는 분수대와 울퉁불퉁한 돌이 깔려 있는 발지압장, 잔디광장 등을 좋아한다.

믿음이 깊은 작가 공씨도 아직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번지점프요? 아이고, 저는 1억원을 준다 해도 못해요.”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