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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 새 社長에 ‘인적청산’ 요구키로

입력 | 2003-04-25 18:57:00


KBS노조(위원장 김영삼·金泳三)가 최근 간부사원에 대해 노조원들이 상향평가를 실시, 신임 정연주(鄭淵珠·57) 사장후보가 취임하는 대로 구시대 인사에 대한 ‘인적 청산’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혀 큰 파문이 예상된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노조가 작성한 명부가 신임 사장에 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사실상 ‘살생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조직 전체에 큰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 사장후보는 취임 이후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부사장을 임명한 뒤 본부장급과 실국장급 등을 임명하는 등 큰 폭의 인사를 앞두고 있다. KBS 내부에선 그가 노조와 시민단체 공동추천위원회에 의해 추천된 인물이라 사장과 노조의 ‘코드’를 공유하고 있는 인사로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KBS노조는 최근 2주 동안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직속 부장, 실ㆍ국장, 본부장 등의 간부에 대한 업무능력과 자질 등을 묻는 설문조사 방식의 상향평가를 벌였다.

이번 조사에는 조합원 4300여명 중 절반가량인 2000여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평가항목은 △민주적 리더십 △관료주의 타파 노력 △개혁성 △공정성 △도덕성 △사명감 △문제 해결능력 △전문성 △책임감 △노조활동에 대한 태도 등 10가지 문항이었다.

KBS노조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노조가 간부들에 대한 ‘인적 청산’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정 사장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뒤 전달, 간부급 사원 인사에서 참고자료로 활용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측은 상향평가와 별도로 과감한 세대교체와 전임 박권상(朴權相) 사장 시절 중용됐던 특정고 출신 및 낙하산인사 등에 대해 인적 청산을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 본부장급 이상 간부 전원이 사퇴 또는 보직 변경 등 인적 청산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내 간부진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고위간부는 “노조가 사내 인사정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신임 사장에게 서둘러 ‘살생부’를 들이대며 인적 청산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며 “인사를 노조 인기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포퓰리즘적 행태”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간부는 “만일 새 사장이 조합원들의 상향평가를 인사에 활용한다면 ‘다면평가’의 여러 요소 중 하나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측은 정 사장후보에게 △2TV 공영성 강화 △인사제도 개혁 △사장이 갖고 있는 편성권 규약을 제작진과 협의하도록 재개정 △매체비평 독립 프로그램 등 신설 △공정보도 확립 방안 △시청률 지상주의 포기 선언 등 ‘10대 개혁과제’를 주문할 방침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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