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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03]세계적 주방용품 '테팔' 佛안시 공장

입력 | 2003-04-23 17:46:00

프랑스 안시 인근 테팔 프라이팬 공장에서 한 검침원이 500도에서 구워진 프라이팬의 외관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 테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부의 휴양도시인 안시에서 승용차로 약 30분 떨어진 테팔 공장. 전체 8만㎡ 공장 부지에 붉은색 굵은 글씨로 ‘TEFAL(테팔)’이라고 쓰인 8개 공장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공장이 아니라 조용한 목장 같다”는 기자의 말에 테팔의 로랑 디울리우스 해외 마케팅 담당 매니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겉보기에는 조용해도 공장 안은 3교대로 24시간 돌아가는 기계음이 굉장하다.”

테팔은 프라이팬, 압력솥, 조리도구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프랑스 기업. 지난해 주방용품 매출액은 8600억원을 넘어섰다. 그 가운데 80% 정도는 프라이팬과 냄비가 올렸다. 특히 프라이팬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프라이팬 공장 문을 열자 알루미늄을 찍어 내리는 육중한 형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퍽 퍽’ 울리는 기계음 소리에 맞춰 알루미늄 판이 약 1초에 하나씩 프라이팬 모양으로 찍혔다.

형틀 모양은 프라이팬을 수출하는 국가에 따라 달라진다. 볶음 요리가 많은 아시아용은 프라이팬 안을 깊게, 간단한 계란 요리가 대부분인 서구용은 깊이를 얕게 만드는 형틀이 사용된다.

자동화된 라인을 따라 깨끗하게 씻긴 프라이팬은 코팅단계로 접어들었다. 프라이팬이 팽이처럼 세차게 돌아가고 그 위로 분무기가 물을 쏘듯 에나멜 코팅재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디울리우스 매니저가 프라이팬 가까이 팔을 잡아끌었다.

“여기가 바로 테팔의 핵심 공정이다. 다른 경쟁사들은 일반 코팅을 하지만 테팔은 에나멜 코팅을 한다. 색깔이 훨씬 고울 뿐 아니라 웬만한 긁힘에는 문제없을 만큼 단단하게 코팅된다.”

코팅이 끝났어도 여전히 투박하기만 했던 프라이팬이 섭씨 500도가 넘는 열에 30분간 구워지자 은은한 자주색 광택이 나기 시작했다. 손톱으로 프라이팬 바닥을 긁어봤지만 아무런 흠집이 나지 않았다. 그만큼 단단하게 코팅되었다는 뜻.

거의 모든 공정은 기계화됐다. 1시간 30분이면 알루미늄 재료가 완제품 프라이팬으로 변한다. 24시간 공장을 돌려 하루 생산해 내는 프라이팬은 약 3만개.

공장 내 직원은 단 10여명. 대부분 불량품을 가려내는 점검원이다. 신경을 집중해 일일이 눈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점검원은 1시간씩 교대로 근무한다.

디울리우스 매니저는 “매출액의 2%는 연구개발(R&D) 비용”이라며 “열 센서, 손잡이를 뗄 수 있는 프라이팬 등은 모두 특허를 획득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방에서 요리하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제품을 만드는 게 테팔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투르다테즈 그룹회장 ▼

“한국의 생활수준은 유럽과 별 차이가 없다. 앞으로는 전문가용 제품들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겠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안시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그룹 세브’의 티에리 드 라 투르다테즈 회장(48·사진)은 “앞으로 아시아 시장이 첨단 주방용품의 가장 큰 소비시장이 될 것”이라며 한국 및 중국 시장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할 뜻을 내비쳤다.

세브는 1857년 프랑스에 세워진 압력솥 전문회사. 이후 경쟁사였던 테팔, 칼로 등을 인수해 1973년 세브 그룹을 형성했다. 현재는 9개 브랜드의 생활용품을 전 세계 120개국에 수출해 연간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이 됐다. 한국에는 1997년 테팔이 소개됐고, 지난해 말 물리넥스 브랜드도 들어온 상태.

“세계화와 지역화는 그룹 세브의 중요한 모토다. 우리는 프랑스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판다.”

그룹 세브가 만든 제품의 약 75%는 프랑스 이외 국가로 수출된다. 때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제품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한국 시장만을 위해 ‘불고기 그릴’을 내놓은 게 좋은 예.

“새로운 업종에 투자할 계획은 없다. 대신 생활용품 분야에 집중해 소비자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

안시(프랑스)=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