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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투자여행]주식-도박, 확률 높을수록 더 잃는다

입력 | 2003-04-22 18:13:00


우리 집 어른은 나 하는 일이 늘 불만이시다. 유학 갔다 와서 교수 안 하고 주식하는 것부터가 충격이었는데…. 그 주식도 자꾸 도박에 비유하니 말이다.

하지만 불효라도 어쩔 수 없다. 이라크전쟁, SK글로벌, 북한 핵 운운하며 조삼모사 말 바꾸는 것은 체질상 도저히 못하겠으니까. 경제전망이니 내재가치니 하는 건 본질만 흐릴 뿐, 도대체 아무 도움이 안 되니까. 주식은 누가 뭐래도 그 본질이 도박하고 꼭 같다.

생각해 보라. 카지노 도박은 1 대 9로 손님이 엄청 불리할 때 오히려 피해가 덜하다. 아무도 안 갈 거니까. 매일 찾아가 다들 식물인간 돼서 오는 건 5 대 5에 근사(近似)한 확률이 그 범인인 것이다.

주식도 그렇다. 9일 빠지고 1일 오르는 불리한 놀이라면 안 까먹는다. 혹시나 하는 바람이 아예 없을 것이니까. 수백만명이 지겹게 코피를 쏟고 사는 건 바로 오르락내리락 5 대 5 게임이라 그렇다.

그렇다면 이제 분명해진다. 이건 정확한 판단, 빠른 정보로 확률을 높여 돈 버는 게임이 아니다. 확률이 높을수록 더욱 교만, 나태해져 훨씬 더 많이 까먹게 되는 기막힌 꾐수다. 화투 뒷장이 안 보이듯 주가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늘 조심하고 자제하며 위험관리를 하는 것이 진정 이들 게임의 요체다. 그래서 우리 이 투자여행도 궁극적으론 위험관리를 배우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정도로 노친(老親) 기분이 나아졌을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또 도박 얘기로 돌아와 보자. 오랜 세월 손을 놓아 그런지 동생은 그날 왠지 좀 어색해 보였다. 귀국 후 진로가 불투명하여 그런지 전날부터 약간 분위기가 처져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고수는 역시 고수, 그는 두 시간을 잘 버티며 기회만 보고 있었다. 나 역시 그 지루한 전투에도 안 죽고 당당히 살아있었다. ‘끗발’만 서면 한번 베팅을 키워 볼 그럴 셈이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착실히 15달러 최소 베팅을 견지해 오던 동생이 갑자기 25달러 칩에 손이 가는 게 아닌가. 그게 주식이었고 그가 나의 투자클리닉 환자였다면 아마 난 난리를 쳤을 것이다. 베팅 사이즈 조절, 수익보다 생존 운운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감히 그 도력(道力)을 가늠할 수 없는 하늘 같은 나의 스승. 난 차마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직감적으로 최후를 감지하긴 했어도….

김지민 시카고투자컨설팅 대표 cic2010@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