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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지구기행]나가사키 네덜란드村 '하우스텐보스'

입력 | 2003-04-16 17:44:00

일본 규슈 서편 나가사키현의 바닷가에 있는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는 지금 형형색색의 활짝 핀 튤립으로 단장돼 꽃동네를 이루고 있다. 사스파동으로 갈 곳 잃은 신혼여행객이 허니문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사진제공 하우스텐보스



히딩크와 하멜, 그리고 튤립. 네덜란드, 화란(和蘭)이다. ‘더치페이’(Dutch Pay·제각각 지불방식)를 낳은 계산 철저한 타고난 장사꾼의 나라다. 기질은 그 땅에서 온다. 넓지 않은 국토는 그나마도 투쟁의 산물이다.

둑으로 바다 막아 겨우 얻은 간척지. 지면이 수면보다 낮아 고인 물을 퍼내지 않으면 잠기고 말 땅. 풍차는 그 물을 퍼내는 도구다. 이런 척박한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꽃 재배나 장사 정도일까. 16세기 열린 ‘대항해 시대’는 그런 더치(네덜란드 사람)의 세상이었다. 무역선은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을 종횡무진 누볐다.

박연(최초로 조선을 찾은 서양인 벨테프레)이나 하멜(최초로 조선을 유럽에 알린 서양인)은 그 당시 화란인. 억류 13년 만에 배타고 달아난 하멜 일행의 목적지는 나가사키 항이었다. 포르투갈 축출 후 쇄국으로 치닫던 당시 일본의 유일한 교역상대국이 네덜란드. 나가사키에는 그 상관(商館)이 있었다.

이 정도면 네덜란드 테마 파크인 하우스텐보스가 왜 나가사키에 들어섰는지 알 만 하다. 하우스텐보스는 한국에서도 멀지 않다. 인천공항 이륙 후 55분만에 항공기는 후쿠오카 공항에 착륙한다. 하카다 역은 택시로 10분(1400엔), 거기서 하우스텐보스는 전용열차로 1시간 48분 걸린다.

# 일본속에 핀 ‘튤립의 나라’

역은 하우스텐보스 전용. 다리를 건너니 매표소다. ‘입국’(Entry)이라고 쓴 안내판이 시선을 끈다. ‘입장’(Admission)이 아니다. ‘나가사키의 네덜란드’로 입국이다. 들어서면 중세 고성이 맞는다. 네덜란드 고성 나이안 로데의 모작이다. 이 안에 ‘테디 베어 킹덤’(곰인형 전시장)이 있다. 성 앞은 운하. 암스테르담 시내처럼 유람선이 떠다닌다. 운하는 하우스텐보스를 한 바퀴 두르고 있어 유람선을 타면 두루 살필 수 있다. 운하 건너편 풍차는 실물이다. 그 풍차 섬은 형형색색의 튤립으로 뒤덮인 꽃밭. 꽃과 풍차, 그 사이로 17세기 치즈농가(브룬카스)도 보인다.

이 풍경은 암스테르담 외곽의 진짜 보다 낫다. 거기 풍차는 돌지 않는다. 풍차 섬 건너편으로 고딕 첨탑이 보인다. 시티게이트인 델푸트다. 여기서부터는 암스테르담 시내를 재현한 ‘뉴 스텃드’(오락시설 거리·스텃드는 스트리트). 갖가지 희한한 볼거리가 건물 마다 준비돼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운하를 가로 지르는 예쁜 다리. 운하 변에 틈도 없이 밀착된 폭 좁은 암스테르담 식 건물, 유람선, 분수광장(마우리츠) 등등. 여기에 들어서면 자신이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만다. 제 아무리 일본인이 많아도 암스테르담의 관광객으로 보일 정도다.

다시 다리를 건너면 ‘뮤지엄 스텃드’. 극장 오르골 박물관 등이 있다. 운하 건너편 쇼핑의 거리 ‘비넨 스텃드’로 간다. 호텔 암스테르담과 키즈 팩토리(실내 오락장) 등이 역시 유럽풍의 건물에 있다. 광장 한가운데 우아한 건물의 시청은 실제 유럽처럼 예식장으로 쓰인다.

# 풍차-유럽풍 건물 그대로 재현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운하 쪽은 항구인 슈퍼켄 불크, 높이 80m의 탑(돔 투른) 쪽은 유틀레히트(세계의 식당가). 돔 투른의 꼭대기는 전망대다. 오무라 만과 하우스텐보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항구에는 범선이, 그 앞 오렌지광장에는 ‘대항해 체험관’(필름 라이드)이 있다. 광장에서는 매일 밤 야외공연과 레이저조명 및 불꽃놀이 쇼가 펼쳐진다. 항구 뒤편의 숲(포레스트 파크)에는 ‘팰리스(Palace) 하우스텐보스’가 있다. 네덜란드 왕궁(과 똑같이 지어 전시관으로 쓴다. 그 앞에는 프랑스식 정원이 있다.

하우스텐보스의 독특함 가운데 하나는 호텔(3개). 다른 리조트와 달리 파크 안에 있다. 덕분에 한 밤중의 파크는 투숙객의 독차지. 호텔 덴 하그는 항구에, 호텔 유럽은 운하에, 호텔 암스테르담은 거리에 있다.

최근 하우스텐보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하자 대부분 도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직접 가보니 종전과 변함없이 운영 중이었다. 오히려 찾는 이가 늘었단다. 이 리조트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한 상당수의 일본 사람이 1년 패스를 구입해 준 덕분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우리의 금 모으기를 보는 듯 했다.

● 여행정보

①찾아가기 ◇한일 ①항공=인천↔후쿠오카(아시아나 대한항공 매일 왕복), 인천↔나가사키(대한항공 주 2회·올 7월 운항 재개)편 이용. ②선박=부산↔하카다(후쿠오카)를 2시간 50분만에 주파하는 제트포일 이용. ◇하우스텐보스=하우스텐보스 전용항구와 역으로 선박(나가사키 항), 기차 직행. 쾌속선이 철도보다 신속, 저렴. △쾌속선=50분 소요, 1420엔(편도) △기차=하카다역에서 JR하우스텐보스선(전용열차), 1시간 48분 소요, 3940엔(편도).

②할인승차권(열차)=왕복표 형식. 2장 1인용(니마이 깃푸·4900엔)과 4장 2인용(욘마이 깃푸·8800엔)이 있다. 역에서 판매.

③패키지=예산절약형 가이드 투어부터 고급 허니문 등 다양. 배낭여행, 효도여행, 허니문등 선택 폭도 넓다. 표 참조. 일본전문 ㈜여행박사(www.tourbaksa.co.kr)= △서울 02-730-6166 △부산 051-442-1451 △대구 053-421-9989

● 하우스텐보스 패키지상품 종류일정교통호텔가격(원)내용허니문 자유여행4일항공하우스텐보스
內 1박79만 9000열차+2일 패스+구주쿠시마(사세보)
유람선투어+유럽풍 온천호텔 숙박.
비틀 왕복시 69만9000원. 노팁 노옵션. 예산절약형
가이드투어4일페리비틀39만 9000시모노세키∼운젠·시마바라(온천화산).
2일 패스 제공. 3일비틀왕복〃
外 1박29만 9000후쿠오카∼사세보∼후쿠오카(캐널시티).
1일 패스 제공.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일본 나가사키현 구주쿠시마(九十九島)

208개나 되는 섬이 촘촘하게 들어선 구주쿠시마의 ‘물반 섬반’의 정원같은 바다. 유람선은 그 섬 사이 좁은 바다를 헤집고 다닌다. 사진제공 나가사키현 관광협회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란 책이 있다. 무엇이든 축소 집약시키는데 탁월한 일본인의 타고난 기질을 잘 설명한다. 낙낙 장송을 방안에서 감상하는 분재, 자연의 모든 아름다움을 한 곳에 모은 일본정원, ‘가라오케’와 ‘콘비니’(Convenient Store·편의점)가 그렇다.

구주쿠시마의 ‘섬 골목’ 바다를 운항중인 유람선 펄 퀸(Pearl Queen)호. 나가사키현(사세보)=조성하기자

구주쿠시마(九十九島). 예서 아흔 아홉은 ‘많음’을 뜻한다. 정확히 세면 섬은 총 208개. 사세보 만에서 북쪽의 히라도(平戶)까지 서해안을 아우르는 사이카이(西海)국립공원의 긴 해안선을 따라 포진했다. 그 형상은 거인이 진흙을 한 웅큼 손에 쥐고 바다를 향해 흩뿌려 놓은 듯 기하학적이다.

그 섬. 한려수도 다도해와는 모습 느낌 모두 다르다. 산(山) 형상의 다도해 섬과 달리 구주쿠시마 섬은 나지막이 아담하다. 그리고 대부분 숲이 우거져 온통 초록빛이다. 사람은 살지 않고 대신 섬과 섬 사이 바다는 양식장으로 쓰인다. 바다와 섬이 아우르며 보여주는 조경미가 어찌나 뛰어난지 고라쿠엔(後樂園) 겐로쿠엔(兼六園·이상 일본 3대 정원)과 견줄 정도다.

구주쿠시마는 유람선 펄 퀸 호로 볼 수 있다. 범선 마스트를 배 한가운데 설치한 엔진추진 방식의 이 현대식 유람선은 섬이 잘 내려다보이도록 갑판을 높인 것이 특징. 섬 사이 좁은 물길을 헤집고 다니는 50분간. 여행객은 바다정원에서 한가로운 휴식을 맛본다. 하늘과 바다 사이의 싱그러운 공간에서 바닷바람 쏘이며 진초록 섬을 바라보노라면 인공의 조명과 황사에 피로해진 눈도 맑아진다.

유람선 선착장은 사세보시 외곽에 있는 사이카이 펄시(西海 Pearl Sea)리조트에 있다. 리조트에는 수족관 식당 등 휴게시설과 요트 정박장도 있다. 구주쿠시마 바다에서 수확한 양식조개를 따서 그 속의 진주를 직접 캐가는 코스도 있다.

●여행정보

①사이카이 펄시 리조트=www.fureai.sasebo-dcc.or.jp/sps ②찾아가기 ◇자동차도로=△하우스 텐 보스 15분 △후쿠오카 1시간 35분 △나가사키 1시간 30분 ◇철도(JR)=△하우스텐보스 20분 △후쿠오카 1시간 50분 △나가사키 1시간 30분. 역까지는 자동차로 25분. ③유람선 △운항=오전 10시∼오후 3시 매시간 출항(정오 제외) △요금=어른 1200엔, 어린이 600엔.

나가사키현 (사세보)=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