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高建) 총리가 최근 정부의 브리핑제 도입과 관련해 “행정 정보의 공개를 확대하고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 이후 정보공개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98년 1월부터 시행 중인 현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세계에서 12번째 만들어진 정보 공개 관련 법률. 하지만 시행 직후부터 시민단체와 법조계 등에서는 “국민들이 정부의 행정정보나 정책결정 과정을 알 수 없도록 한 ‘정보 비공개법’”이라고 비판해 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보 공개 범위. 현 정보공개법은 비공개 대상으로 △국가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공공)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정보 등 8가지 항목을 규정했다.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의 하승수 변호사는 “현 정보공개법은 사실상 행정기관이 공개 여부까지 조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관한 정보도 비공개 대상이어서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사실상 감시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행정기관이 정보 비공개를 결정한 데 대해 공개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고, 청구인이 행정 심판과 소송 등을 거치도록 되어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행 법대로라면 정보공개 행정 소송에만 최소한 2년이 걸린다는 것.
이에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2001년 현 정보공개법의 독소 조항을 제거한 개정청원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에는 비공개 항목 중 △‘중대한 이익’ 등의 용어를 ‘위험’ 등의 용어로 바꾸고 △국가비밀이더라도 위법으로 취득한 정보는 비공개에서 제외할 것 등을 제안했다. 특히 언론 종사자에게는 행정기관이 정보 공개 여부를 15일(일반)이 아닌 3일 이내에 정하도록 규정해 국민의 알권리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에 당시 행정자치부도 현 정보공개법의 폐해를 받아들인다며 별도의 개정안을 마련해 국무회의에서도 통과됐으나, 이 개정안은 △국민에게 상당한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정보 △공개될 경우 의사결정의 중립성이 부당하게 손상될 우려가 있는 정보 등을 비공개 항목에 추가해 오히려 개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는 정부가 행정 정보 공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안을 고려해 행자부 개정안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 변호사는 “정부가 행정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겠다면 정부의 개정안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현 정보공개법과 시민단체(참여연대 경실련 등 5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