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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쿨베리 발레단 내한무대…뒤집어 보는 백조의 호수

입력 | 2003-03-26 19:08:00

가냘프고 우아한 백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쿨베리 발레단의 현대 발레 ‘백조의 호수’. -사진제공 LG아트센터


대머리에 토슈즈를 벗어 던진 맨발, 튀튀(발레복)를 입은 근육질의 코믹한 남자 백조들….

낮에는 백조로, 밤에는 공주로 살아야 하는 슬픈 운명의 가냘픈 백조는 잠시 잊어야 한다! 유명한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를 파격적으로 뒤엎은 쿨베리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가 첫 내한공연을 갖는 것.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은 무용가 빌짓 쿨베리가 창립했으나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의 아들이자 안무가인 마츠 에크 덕분이었다. 에크는 대머리 백조와 나약한 왕자(‘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사랑에 배신당하고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바보 같은 여자 지젤(‘지젤’), 요염한 10대 마약중독자인 오로라 공주(‘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누구나 알고 있는 고전작품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에크는 연극연출가 출신답게 추상적인 표현 대신 연극적인 표현과 독특한 안무로 유머러스하면서도 뚜렷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해준다.

1987년 초연됐던 에크의 ‘백조의 호수’는 홀어머니 밑에서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 나약한 왕자가 백조인 오데트 공주를 만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사랑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원작과 똑같은 것은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선율뿐 내용은 딴판이다. 원작에서 마법에 걸린 오데트 공주를 구하려는 멋진 지그프리트 왕자는 나약하기 그지없고 소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름답지만 여린 오데트 공주는 이 작품에서는 예쁘지도 않고 개성이 강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원작에서는 흑조인 오딜이 지그프리트를 유혹해 백조 오데트를 비탄에 빠뜨리지만 이 작품에서는 지그프리트가 흑조와 백조가 결국 같은 인물이었음을 알게 된다.

에크는 “동화적인 이야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는 믿음 아래 선과 악, 남과 여, 추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해석을 보여준다. 4월 3일부터 5일까지 공연한다. 목 금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6시. 3만∼7만원. 02-2005-0114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