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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농림부장관 "UR 반대 투사였지만 지금은 국익먼저"

입력 | 2003-03-25 18:55:00


1993년 12월 스위스 제네바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본부 앞.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진행되던 이곳에서 한 40대 동양인이 머리를 깎고 있는 모습이 사진과 함께 외신에 보도됐다. 당시 ‘삭발식’의 주인공은 농업개방 반대를 주장하던 김영진(金泳鎭·사진) 의원이었다.

삭발까지 한 지 9년이 넘었다. 국회에서 줄곧 농업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김 의원은 현 정부 출범 후 의원직을 사퇴하고 자신이 강력히 비판하던 농정당국의 최고책임자인 농림부 장관이 됐다. 그것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과 수입 개방을 책임져야 하는 어려운 시점이다.

“추곡수매가를 내리고 농산물시장을 열면서 체계적인 농업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25일 기자와 만난 김 장관은 추곡수매가 인하와 쌀 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관에 취임한 지 한 달. 그 사이 견해가 바뀐 걸까.

김 장관은 “국회의원과 장관은 ‘본령(本領)’이 다르다”고 역설했다.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관계자, 학자는 현장의 목소리나 학문적 논리를 여과 없이 정부에 전달하고 비판하면 되지만 장관은 국익을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현실과 조화시켜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특별법과 특별기금 설치 △농가부채 상환조건 개선 △농민 건강보험료 인하 △농업 구조조정 지원 확대 등의 ‘개방 대안’을 내놓고 있다. 모두 범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 김 장관은 “나를 농림부 장관에 임명한 것 자체가 농민 지원에 대한 정부의 의지표현”이라며 “대통령 업무보고 때 다른 부처 장관들이 반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농민단체를 이해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밤에 시작한 토론은 조찬 장소나 목욕탕에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정치권에서 줄곧 농업분야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해 DDA 협상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력도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몰려오는 개방의 파고(波高)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냉정한 현실 앞에서 ‘식량안보론’은 힘을 잃고 있고 DDA 협상에서 한국의 입지는 매우 좁다.

김 장관은 “농민과 정부가 서로 신뢰한다면 개방에 대응할 방법은 많다”며 “개방을 이끌면서도 농민의 격려를 받을 날을 기대한다”고 말을 맺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