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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교수의 뇌의 신비]남성호르몬 수치 지나칠땐 난폭

입력 | 2003-03-23 17:56:00


날렵한 몸매, 잘 생긴 얼굴, 호소력 있는 목소리….

지난해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비’라는 가수는 남자인 필자가 봐도 매력적이다.

그가 유연한 허리를 휘두르며 외치는 메시지는 이렇다.

“나는 나쁜 남자야. 나쁜 남자야.”

그의 말은 맞다. 아마도 인간의 공격성, 난폭함, 범죄 등과 연관되는 가장 큰 요인은 ‘남성’일 것이다. 이 세상의 폭력 방화 살인 강간은 대부분 남성에 의해 저질러진다. ‘악마 같은 남성’이란 책을 쓴 리처드 랭햄은 인간뿐 아니라 인간과 유전적으로 아주 가까운 유인원 즉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 사회에도 강간 폭행 유아살해 등 범죄 행위가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물론 모두 수컷이 저지르는 일이다.

즉 ‘악마 같은 남성’은 퍽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온 우리의 유산이다.

남자와 여자의 유전적 차이는 여성은 한 쌍의 X를 성염색체로 갖는데 반해 남성은 X와 Y 염색체를 갖는다는 점이다. 물론 Y 염색체가 ‘폭력’ 유전자는 아니다. Y 염색체는 단지 남성의 고환을 만들 뿐이다. 그런데 그 고환에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든다. 바로 이 호르몬이 남성의 폭력과 연관된다. Y 염색체를 하나 더 가지고 있는 XYY 증후군 환자 중에는 범죄자나 정신이상자가 많다. 그리고 그들은 키가 일반인보다 더 크고, 여드름이 많으며 지능이 낮은 경향이 있다.

남성호르몬은 아주 어릴 때부터 남성의 뇌에 영향을 준다. 실험에 의하면 수컷 새끼 쥐를 거세하면 그 쥐는 어른이 되어서 일반적으로 수컷들이 갖는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거세한 후 다시 남성호르몬을 주입하면 보통 쥐와 같은 공격성을 갖게 된다. 어른 쥐에게 남성호르몬을 주입해도 물론 공격성이 증가하며 쥐의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인간 사회에도 혈중 남성호르몬 수치는 공격적이고 우세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높으며 이중 일부는 이것이 지나쳐 반사회적,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다는 것이 이러한 행동의 이유인지 결과인지는 불확실하다. 남성호르몬에 의한 이러한 공격적 행동은 분명 적자 생존으로 이름 지어지는 진화론적 규칙과 연관될 것이다.

요즘 노무현 정권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여성 정치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층 부드럽고 평화로워진 정치를 기대해 본다.

김종성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