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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에게 입은 옷까지 홀랑 벗어준 노스님이 알몸으로 마당에 나와 둥근 달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아름다운 달까지 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시대의 무애(無碍) 선사이자 백담사 낙산사 신흥사의 큰스님으로 설악산의 산주(山主)로 불리는 오현(五鉉) 스님이 최근 ‘절간이야기’(마음고요)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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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간이야기 연작 32편은 절집 생활에서 보고 들었던 이런저런 일과 옛 선사들의 일화를 오현 스님의 능청스럽고 유머스러운 화술로 엮어낸 것.
옛날 들었던 종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새벽 찬바람에도 종 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종두(鐘頭), 생면부지의 시신을 정성스럽게 염습하며 시신과 대화를 나누는 염장이, 산을 깎아 논 두마지기 만들기 위해 품삯으로 열마지기 값을 들인 혜월 스님 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산사에 살고 있는 이들의 만만찮은 선행(禪行)과 불심(佛心)을 헤아릴 수 있다.50여편에 가까운 선시(禪詩), 설악산과 절집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노라면 어느덧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