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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가는 길]일본 "주말 가족과 풀코스 요리 어때요"

입력 | 2003-03-19 18:29:00

4000여개의 펜션이 영업중인 일본에서는 다른 펜션과의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테마 발굴, 서비스 다양화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펜션 대부분이 도로변에 위치해 일반 주택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닛코 지역 펜션촌 전경. 닛코(일본)=김창원기자



아리노토 펜션은 애완동물과 함께 묵을 수 있는 테마를 개발해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 한 이용객이 동물 전용 샤워실에서 개를 목욕시키고 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부동산 상품이 있다. 기존 민박을 고급화한 수익형 전원주택인 펜션이다. 펜션의 인기는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01년 말만 해도 100여곳 남짓하던 것이 1년여 사이에 250여곳으로 늘어났다.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주5일 근무제 도입 등 여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공급이 늘면서 지역별로 과잉 공급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으로 펜션을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마케팅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본보는 매주 목요일자 부동산면에 펜션에 관한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첫회로 30년의 펜션 역사를 가진 일본을 찾았다.》

일본 도쿄(東京)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쯤 달렸을까. 도치기(회木)현 닛코(日光) 국립공원에 이르자 2차선 도로변에 깔끔한 목조주택 단지가 눈에 띄었다.

‘혹시 저 평범한 건물들이 펜션?’이라는 의심도 잠시였다. 도착 시간에 맞춰 길가까지 마중을 나온 ‘아카리노야도’ 펜션 주인 고노 히로아키(香野裕章·50)가 차를 세웠다.

깊은 산 속이나 계곡에만 들어서는 국내 펜션과는 달리 도로변에 일반 주택과 이웃하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통나무집이라는 점만 빼면 여느 가정집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먹는 즐거움’으로 승부하는 아카리노야도〓고노씨는 부인과 함께 8년째 이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아카리노야도는 목조 건물로 2층에는 9개의 객실, 1층에는 가족의 안집과 주방, 공동식당 등이 있다.

객실은 3, 4평 규모로 침대, 화장실 겸 욕실만 있어 단출한 편. 객실마다 취사시설이 있는 국내 펜션과 대조를 이룬다. 대신 이 펜션은 아침과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일본의 펜션은 대부분 식사를 제공하지만 아카리노야도는 7가지의 프랑스 요리를 풀코스로 제공해 서비스를 차별화했다. 잠만 잘 경우 1인당 우리 돈으로 따져 4만8000원이지만 저녁과 아침식사를 포함하면 9만8000원을 받는 식이다. 고급요리를 3만∼4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은 물가가 높은 일본에서 쉽지 않은 일.

이 때문에 아카리노야도는 닛코 국립공원 안에 있는 50여개 펜션 중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편에 속한다. 고노씨는 “새로 지은 펜션이라고 많은 손님들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면서 “고객들은 건물이 좀 낡았더라도 다른 펜션에서 체험할 수 없는 고유한 특징을 오히려 즐긴다”고 말했다.

▽숨은 고객을 찾아라〓일본에 펜션이 처음 등장한 1970년대에는 펜션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숙박과 간단한 아침식사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은 독특한 형태의 여행상품으로 펜션을 ‘개발’했다. 휴가기간이 길고 여행문화가 발달한 유럽은 펜션이 잠자리를 제공하는 숙박시설에 불과했지만 일본은 부가가치를 높여 펜션 자체를 여행의 목적지로 발전시킨 것.

90년대까지는 식사와 온천 등 서비스와 부대시설로 부가가치를 높였다면 이제는 노인, 장애인 등 숨은 고객을 찾아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있다.

역시 닛코에 있는 ‘아리노토’ 펜션은 ‘애완동물과 함께 묵을 수 있는 펜션’으로 없던 고객을 찾아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동물과 함께 묵을 수 있는 펜션은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방마다 동물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방취(防臭)시설은 물론 야외에서 애완동물을 목욕시킬 수 있는 샤워실도 따로 설치했다. 덕분에 해마다 5∼6%씩 줄던 손님이 작년부터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이 펜션을 운영하는 구와하라 간지(桑原莞爾·62)는 “일본에는 4000여개에 이르는 펜션이 있어 입지 여건이나 화려한 건물만으로 손님을 끌기는 역부족”이라면서 “새로운 테마 발굴, 서비스의 차별화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닛코(일본)=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