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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카운트다운]진군채비 마친 英정예부대

입력 | 2003-03-18 19:08:00

본보 홍은택 특파원(왼쪽)이 17일 북부 쿠웨이트 사막 ‘캠프 코요테’에 주둔 중인 영국군의 기계화 보병부대인 아이리시 가드를 방문해 SA-80 자동소총을 살펴보고 있다. -쿠웨이트=김동주특파원


17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쿠웨이트 북부 사막에서 백파이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공을 가로지르는 헬기들의 굉음도 날카로우면서 부드러운 백파이프의 소리를 덮지 못했다. 병사들은 일제히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전지전능하신 신이여, 당신의 군대인 이들이 전투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소서.”

SA-80 자동소총을 멘 병사들은 눈을 감고 고개 숙여 군목의 기도를 들었다. 병사들의 그린베레엔 클로버가 꽂혀 있었다.

이곳은 이라크 국경에서 불과 10㎞ 떨어진 캠프 코요테. 병사들은 103년의 부대 역사를 지니고 있는 영국 보병대대 아이리시 가드(Irish Guard) 소속. 쿠웨이트에 파병된 2만5000명의 영국군 중에서 제일 먼저 국경을 넘을 정예요원들이다.

이날은 아일랜드의 최대 명절인 성(聖)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 영국 왕실은 이날이면 대부분 아일랜드계 영국인으로 구성된 이 대대에 패트릭 성인을 상징하는 세잎 클로버를 하사하는 의식을 거행해 왔다. 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고 한다. 5세기경 아일랜드인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킨 패트릭 성인이 쫓아냈기 때문이라고 아일랜드인들은 믿고 있다.

이날 기념식은 사담 후세인을 쫓아내는 출정식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었다.

“그동안 지루하게 개전을 기다려왔다.”(말론 하사)

“우리에게 특별한 행운은 필요치 않다.”(줄리언 놀스 소령)

영국 공군은 이날 의식을 위해 클로버를 영국에서 냉동해 긴급 공수해왔다. 여왕 대신 아일랜드계 미군 중장 제임스 콘웨이 제1해병원정군사령관이 하사했다. 앵글로색슨의 전쟁임을 상징하는 의식이다.

“콘웨이 중장, 힙 힙 호레이(만세).”

“낵스 대대장, 힙 힙 호레이.”

“엘리자베스 여왕, 힙 힙 호레이.”

클로버는 작열하는 태양에 금세 시들어버렸지만 만세 삼창을 한 병사들에게서 긴장한 빛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사막 생활을 끝내고 진군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대대는 98년 인종청소를 벌인 세르비아군과 맞서 코소보에 제일 먼저 진주했다.

“당시 적들이 우리 부대의 명성을 알고 항복하는 바람에 총 한방 쏠 기회가 없었다. 이라크군도 우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크리스 파커 소령)

파커 소령은 “총을 쏘고 싶지는 않지만 저항이 있을 경우 일거에 제압하겠다”고 말했다.

열병이 끝나고 백파이프 소리가 멎자 다시 헬기의 굉음이 광활한 사막을 두드렸다.

캠프 코요테(쿠웨이트)=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