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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263…1933년 6월 8일(8)

입력 | 2003-03-10 18:34:00


말뚝 박는 소리가 그치자 여자들은 갑자기 입을 딱 다물었다. 솔솔 살랑살랑 솔솔 살랑살랑, 물기를 듬뿍 머금은 6월의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고, 동백기름을 발라 땋아 내리거나 반듯하게 쪽을 찐 탓에 날리지도 않고 흐트러지지도 않는 여자들의 머리칼 대신에 강가로 늘어진 연두색 버들잎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솔솔 살랑살랑, 솔솔 살랑살랑. 하얀 토끼풀, 분홍색 자운영, 노란 괭이밥, 꽃자주색 등심붓꽃, 빨간 뱀딸기가 들판을 수놓고, 배추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가 바람과 함께 너울거리고 있는데, 제비는 바람의 꼬드김을 거부하고 땅에 닿을락 말락 저공 비행을 하다가 급선회하면서 부리로 날벌레를 잡는다. 느티나무 가지에 지은 둥지를 지키고 있는 까치 한 쌍은 색깔이나 크기가 똑같아 암수 구별이 안 된다. 오른쪽에 앉은 놈이 까악 까악 하고 신호를 보내고는 금속처럼 파르스름하게 빛나는 날개를 펼치고 강가로 내려갔다. 여자들은 누군가 먼저 말을 꺼내주기를 기다리면서 미나리를 뜯고 빨래를 하고 있다. 굳이 수다를 떨고 싶은 것은 아니다. 가끔씩 귓전에서 벌들이 붕붕 수심에 찬 소리로 나는데, 여자들은 손을 휘젓지도 고개를 내젓지도 않는다. 솔솔 살랑살랑 솔솔 살랑살랑, 바람이 잠잠해지자 용녀가 약 3분간의 정적을 깼다.

“동아여관에는 종업원이 항상 대여섯명은 있고, 일본인 요리사도 두 명이나 부리고 있는 갑더라”

“아이고, 조선 사람이 일본 사람을 부린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그래도 손님은 전부 일본 사람이라 카던데”

“안 그렇겠나, 하룻밤 자고 밥 두 끼 주고 4엔이다. 그렇게 비싼 여관에 일본 사람 아니면 우째 발을 들이 놓겠노. 동아여관에는 조선 철도국의 높으신 양반네들이 드나드는 갑더라”

“기생하고 놀아나고, 아이구 징그럽어라”

“장어 양념구이하고 곰탕 국밥이 맛있다고 하더라. 교동 사는 정씨가 동아여관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손님이 남긴 거 먹어도 된다 캐서 먹어봤다고 하더라. 총독부 밀양 출장소의 소장도 본토 거보다 더 맛있다고 입맛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