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의 인사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야 하느냐를 놓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평검사들은 접점없이 맞부닥쳤다.
평검사들의 주장은 법무장관이 정치적 영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인사제청권을 총장에게 이관해야 한다는 것.
검찰 내부 의견을 배제한 일방적인 인사는 줄대기와 정치적 예속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 검찰 독립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설명.
반면 권력기관인 검찰이 인사권까지 가져 가면 통제 불능이 된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우려였다.
검사들은 이에 대해 “객관적인 외부 인사와 평검사가 포함된 인사위원회를 통해 감시 견제하면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태도는 단호했다. 검찰을 문민 통제하기 위해 법무장관을 뒀기 때문에 인사권 이관은 안 된다고 잘랐다. 앞으로 제도 개선책은 마련해 나가겠지만 이번 인사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인사를 미룰 수 없는 데다 검찰 간부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과 수집된 정보를 이용해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것.
대신 다음 인사부터는 검찰측과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인사위를 구성해 인사의 종류와 성격에 맞춰 하겠다고 다짐했다. 예를 들면 검찰 고위 간부, 부장급, 평검사 등 직급별 인사위를 구성해 인사를 하겠다는 것.
하지만 대검 차장이 인사위원장으로 돼 있는 현 제도 아래서 갑자기 외부 인사들만으로 인사위를 구성하게 되면 검찰이 더욱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기존의 방법이 최선이라는 게 노 대통령의 설명.
그러나 평검사들은 “역대 어느 정권도 ‘검찰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다”며 불신을 표한 뒤 제도적 보장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한번 믿어 달라”는 말로 검사들과의 논쟁을 ‘미봉’한 채 토론을 마쳤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