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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전국관객수 ‘오락가락’통합전산망 구축 안된 탓

입력 | 2003-02-18 18:36:00


“극장 관객 수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 영화가 자국 관객 점유율 50%에 이를 만큼 급성장했지만 정작 극장 관객 집계는 주먹구구식이다.

영화인회의의 배급개선위원회가 매주 영화별 전국 관객을 발표하고 있으나 이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추정치가 영화의 주요 홍보 수단으로 ‘포장’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영화사들이 집계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왔다.

지난 주 CJ엔터테인먼트와 콜럼비아 영화사는 자사 배급 영화의 흥행 성적 공개를 거부했다. 이번 주에는 코리아픽처스와 월트디즈니도 가세했다. 이들은 국내 굴지의 영화사들로 이들이 흥행 성적을 공개하지 않으면 국내 극장 관객 집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신승근 부장은 “배급개선위의 자료가 정확하지 않은데도 마케팅의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며 “집계 방식이 좀더 투명해질 때까지 흥행 스코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배급개선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부분은 전국누계 관객수. 영화마다 배급 방식이 다른데다 서울 및 주요 대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는 통합 전산망이 구축돼 있지 않아 사실상 정확한 전국관객수를 추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배급개선위는 지금까지 전국 관객수를 극장관계자나 배급업자와의 친분을 기반으로 ‘알음알음’ 조사해왔다. 배급개선위의 관계자도 “전국 관객 추정치는 참고자료이며 믿을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정확한 집계 방식 때문에 2001년에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쉬리’가 전국최다관객 기록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해당 기록이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배급개선위는 이번 분쟁의 해결책으로 통합 전산망이 구축돼 있는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의 관객를 집계해 발표하는 방안을 각 영화사와 조율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관객수 등 여러 부문의 통계는 산업화의 기초인데 부실한 통계는 곧 산업의 부실 실태를 보여주는 지표”이라며 전국 극장 통합 전산망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