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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다가오는 봄 볼만한 로맨스영화

입력 | 2003-02-18 17:28:00


# 관객은 언제나 사랑에 목마르다

연인의 가슴에 총을 겨눠야 했던 절절함이 없었다면 초대형 블록버스터 ‘쉬리’가 그 정도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을까? 때로는 우정이 사랑을 우선할 수 없는 법. 목숨을 걸고 아꼈지만 그들 사이에도 함께 반한 여자가 있었으니 ‘친구’속의 친구들에게도 일찍부터 사랑은 존재했다. 무식한 집안에서 가문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S대 출신의 사위를 찍었지만 너무나 환경이 달랐던 그들도 사랑이라는 산을 넘었기에 결혼이 가능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아무리 거칠고 투박한 액션이나 살벌한 호러 영화일지라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손톱만큼의 사랑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러니 러브 스토리를 제작하려면 일단은 잘 어울리는 베스트 커플을 캐스팅해 짝을 맞춰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며 그것은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제 슬슬 사랑 부족에서 오는 병마와 싸워야 할 봄이 다가오고 있다. 입춘을 지나 최근 관객들과 만나고 있거나 대기중인 봄맞이 로맨스 영화의 커플들을 돌아보며 길고 지루했던 겨울을 정리해볼까?

# 명랑 쾌활한 우정과 사랑 사이, 신선도 100%의 신세대 커플들

말 안 듣는 남동생 같은 남자 권상우와 터프하게 변신한 김하늘 커플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인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현재 인기몰이 중이다. 고등학교를 2년 꿇은 권상우와 돈 때문에 돌머리의 과외선생을 맡게 된 김하늘의 콤비네이션이 기존의 멜로 커플과는 다른 궁합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의외의 커플이 주는 즐거움은 상상 이상이다. ‘치고받는 액션 로맨스’에 가깝다 할 정도로 온몸을 던져 고난도의 연기를 보여주는 두 배우가 사랑스럽다.

영화계에 ‘첫사랑 전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배우는 손예진이다. ‘연애소설’에서 차태현이 첫눈에 반했고 ‘클래식’에서는 시간을 넘나들며 조승우와 조인성의 사랑을 받는다. 다음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서는 다시 차태현과 만나 첫사랑 완결판을 보여준다고 한다. 한결같이 잊지 못할 첫사랑 상대로 출연했던 손예진은 누구와 짝을 이뤄도 잘 어울리는 로맨틱 연기의 여왕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래의 연기자를 통틀어 가장 자연스럽고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는 배두나와 준수한 외모에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신인배우 김남진은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라는 영화로 만났다. 판타스틱한 사랑의 메모를 더듬어 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과연 우정을 사랑으로 바꿔 로맨틱한 바이러스를 유감 없이 뿌려줄 수 있을지, 기다려 볼 만한 커플이다.

사랑스러운 여자가 밤낮없이 스토킹을 해온다면? 생명에 위협을 느끼더라도 한번쯤 당하고 싶다. 그것도 해피나라 장나라의 사랑이라면 무조건 견뎌내고 말고. 영화 ‘오!해피데이’를 통해 장나라가 사랑의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의 영화 데뷔에 대한 궁금증에다 눈에 선한 귀여운 연기가 미소를 부른다. 아직은 로맨틱 수위를 도통 알 수 없는 남자지만 배우 기근의 영화계에 단비가 되어주길 기대하는 박정철은 스토킹을 당할지언정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 안타까운 사랑, 손수건이 필요한 눈물의 커플들

경제가 침체되면 옷값이 덜 드는 에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시공을 초월하며 흥행의 중심에 서 있는 영화는 이른바 눈가를 몇 번 훔쳤는가, 가슴을 몇 차례 쥐어뜯었는가가 관건인 최루성 영화다.

눈물을 동반하는 정통 멜로의 기둥 줄거리는 백발백중 여자는 죽어가고 남자는 살리려고 몸부림치고 그들 사이에는 불치병이란 녀석이 도사리고 있는 식이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퉁퉁 부은 눈으로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듬뿍 애정을 쏟게 되는 최루영화들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다혈질의 화끈한 성격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은주, 그녀가 앓고 있는 중병을 눈치 챈 의사 안재욱의 사랑이야기인 ‘하늘정원’은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마지막까지 지키는 사랑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초유의 베스트셀러로도 화제를 모았던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도 만만치 않은 남녀커플이 열연을 했다. 9년간 한 여자만을 사랑해온 남자가 겨우 사랑을 이루고 행복해지려는 순간에 그녀를 보내야만 한다는 한 줄 스토리만 들어도 가슴이 아파오는 영화다. 어느 역할을 맡아도 흡수하는 스펀지 같은 여배우 장진영과 개봉 대기중인 영화만으로도 충무로의 재목임을 점치게 하는 박해일이 만나 순도 높은 멜로연기를 보여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기력이 보장된 커플이 만나야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최루성 멜로이기에 두 영화 모두 완성도는 어느 정도 보장받은 셈이다.

# 어긋나도 좋다. 불속으로 뛰어드는 강렬한 커플들!

지난해 최고의 연기로 각종 영화제의 트로피를 모은 여배우 문소리는 남자와의 사랑으로 기를 빼앗겼던 ‘로드 무비’의 남자 황정민과 ‘바람난 가족’에서 만나 정 떨어진 부부의 정수를 연기한다. 부부는 돌아서면 남이지만 문안에선 에로틱한 ‘웬수’가 된다는 것을 보여줄 그들의 연기가 기대된다. 이미숙 전도연 배용준이라는 이름에 ‘스캔들’이라는 제목만으로 군침이 꿀꺽 넘어가는 영화도 있다.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 고전적인 정통사극을 연기할 리 없으니 촬영 내내 기대감을 증폭시켜 주지 않을까. 중견의 문성근과 자주 볼 수 없는 배우 배종옥이 만났다면 분명 흔치 않은 남녀 관계를 보여줄 것이라는 상상은 가지만 과연 그 사랑이 얼마나 지독할지는 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더구나 그들을 지켜보며 질투를 키워가는 한 남자가 복병으로 숨겨져 있으니, 그래서 더욱 기다려지는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은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한 힘을 뒤에 감추고 있다.

정승혜·씨네월드 이사 amsaja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