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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독자 브랜드 제품의 성공비결

입력 | 2003-02-11 18:49:00


“와우!”

2001년 초 미국 최대 홈쇼핑 케이블 채널 QVC 구매 담당자들의 입에서 이런 감탄사가 터져 나오자 한국 하나코비 임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코비의 밀폐용기 제품 ‘락앤락’이 QVC의 전파를 타게 된 것이다. QVC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구매회의에서 ‘와우’라는 감탄사를 들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2001년 6월 처음 QVC 전파를 탄 후 방송될 때마다 매진을 거듭한 ‘락앤락’은 다음달 6일 독자 브랜드를 내건 한국 중소기업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오늘의 특선 상품(TSV)’코너에 소개된다. 이날 하루 동안 이 제품은 QVC에서 12분씩 8번에 걸쳐 집중 소개된다.

세계 최고급 상품들이 다 모이는 영국 해롯백화점. 이곳 4층 완구 코너에는 한국 오로라월드가 만든 곰인형 ‘오로라 테디’가 진열돼 있다. 한국 대기업 가전제품도 2000년에야 입성한 이 백화점에 ‘오로라’ 제품은 97년부터 진출해 있다. 먼저 입점을 요청한 쪽은 해롯백화점. 90년대 중반부터 연평균 50∼60개의 국제 완구 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독일에 80평 규모의 상설 전시장까지 꾸며놓은 오로라월드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유통망 확보가 관건=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독자 브랜드 제품을 수출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브랜드 파워’를 확보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의존하는 중국산 제품들과 차별성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독자 브랜드로 선진 시장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유통망 확보. 아무리 품질이 뛰어난 제품이라도 브랜드 인지도가 낮으면 선진국의 폐쇄적인 유통 네트워크를 뚫기란 쉽지 않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수출지원팀의 이수형 과장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인맥이 없으면 유통망 개척이 힘든 것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라며 “한국 수출기업이 어쩌다 운 좋게 월마트 같은 대형 판매점의 구매담당자를 만난다고 해도 10분 이상 만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리 판매체계 활용=미국 유럽 일본 지역에 수십개의 판매법인을 갖춘 삼성전자는 90년대 초부터 주요 수출시장에서 직판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78년 일본에 진출한 진로소주는 지난해 직판체제를 마련했다. 자체 유통망을 갖추면서 진로는 영업이익률이 15∼16% 개선됐다. 유통망을 장악함으로써 판매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뿐만 아니라 신제품을 유통망에 실어 소비자 반응을 알아보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판망을 구축하기에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수출기업들은 ‘판매 대리인’ 제도를 활용한다. 제조·수출업체를 대신해 도·산매상에 제품을 파는 판매대리인들은 독자적으로 활동하며 실적에 따라 5∼10%의 수수료를 받는다. 제조업체가 수입상을 거쳐 유통업체, 도·산매상에 물품을 공급하는 전통적인 유통과정에서 수입상과 중간유통 과정을 건너뛰기 때문에 20∼30%의 원가절감효과를 가진다.

판매대리인제도를 활용해 미국에 진출한 모터사이클 헬멧 제조업체 홍진크라운은 미국 시장의 40%를 장악하며 ‘HJC’라는 독자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 내 4만여개 소매점에 진출한 오로라월드는 매년 말 미국에서 호텔을 통째로 빌려 250여명의 판매대리인들을 모아놓고 2박3일 동안 구매회의를 갖는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라=최근에는 단기간 내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매체 마케팅(Media Marketing)’을 활용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외국의 홈쇼핑, 카탈로그, 우편판매(DM) 등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면 일반 소매점 매출도 늘어나는 상승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케이블TV를 통해 주로 방송되는 정보성 상품광고인 ‘인포머셜’을 만드는 업체들도 있다. 하나코비는 QVC에 진출하기 전 20만달러를 투자해 15분짜리 인포머셜을 만들어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케이블 방송국에 돌리는 전략을 택했다.

KOTRA의 김인식 구주본부장은 “선진국에서 제조업체의 지위는 점점 하락하는 반면 유통업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면서 “독자 브랜드 수출을 원하는 기업들은 특히 해외 유통망 확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해외 대형 유통업체들은 구매 계약 전 한국 기업들을 반드시 방문해 노동조건을 살펴보며 일정기간 샘플 상품만을 매장에 내놓는 마케팅 테스트를 거치는 등 우리와는 다른 구매방식을 택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