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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안개속 항해'…對北지원설 사실로 드러나 타격

입력 | 2003-01-30 16:42:00


대북(對北) 지원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현대상선이 난항을 겪게 됐다. 작년 자동차선 매각 대금으로 단기부채를 상환하며 재무구조 건전화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이번 사태로 또 시장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생겼다.

▽알짜 회사가 부실회사로=현대상선은 2001년 5조5500억원의 매출을 낸 국내 최대, 세계 5위권의 종합 해운회사. 하지만 현대건설이 계열분리된 후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배회사 역할을 하면서 골병이 들기 시작한다. 99년 이후 원-달러환율의 상승(원화 약세)으로 대규모 외화환산 손실을 본 데다 2000년부터 현대건설과 현대아산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 등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화근이 돼 자금난에 빠졌다.

99년 1430억원에 이르던 당기순이익은 2000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최근 3년 동안 연 3000억원을 웃도는 손실을 봤다.

부채비율은 2000년 988%까지 치솟았다. 특히 작년 10월 현대상선 대북 지원의혹이 터진 이후 제2금융권의 상환요구가 빗발치면서 부도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재기노력 물거품되나=작년 10월 노정익(盧政翼) 현 사장이 취임한 이후 현대상선은 자동차 운송사업부문 매각, 적선동 및 무교동 사옥 매각 등 총 2조7200억원의 자구실적을 보였다. 임원의 37%를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인원감축도 시도했다. 노 사장은 “대북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1월 두 차례에 걸쳐 3250억원어치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하는 데 성공, 올해 만기가 되는 3500억원어치의 회사채 상환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로써 금융권 부채는 9000억원대로 줄어들고 부채비율도 300%대로 낮아졌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현대상선측은 “최근 컨테이너 운임상승 등 해운시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이후 기업어음 등 단기차입금도 영업이익으로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회사자산(대출금도 자산)을 사업목적과 다른 용도로 전용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에 보낸 돈 2235억원은 정부로부터 되돌려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 이미 전액 손실처리했거나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관계자는 “그나마 해운 시황이 좋아 다행이지만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신용도가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조속히 스스로 진상을 밝혀 신뢰를 더 잃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