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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내셔널 어젠다委 제안 13]사법개혁

입력 | 2003-01-21 18:03:00

[바로잡습니다]△22일자 A10면 ‘사법개혁’ 기사 중 ‘역대 정부의 검찰총장 재임기간 현황’ 표의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검찰총장 평균 재임 기간은 17.3개월입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국가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정(司正)의 중심 축인 검찰권의 공평무사한 행사가 필수적이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검찰은 아직 바로 서 있지 못하다.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권력의 유착으로 인해 검찰의 정치 중립이 훼손되고, 검찰은 정치 바람에 휩쓸리고 있다.

그동안 ‘검찰 바로 서기’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검찰의 정치 중립을 담보하기 위해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하고, 총장 퇴임 후 공직 취임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는 검찰총장이 임기 동안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퇴임 후 공직 취임 제한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없었던 일이 됐다. 총장 임기제는 남았지만 김대중(金大中) 정부 5년 동안 5명의 검찰총장이 나왔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이마저도 유명무실해져 버린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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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검찰총장을 비롯한 소위 ‘권력 빅4’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고 했다. 당연히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찰총장의 자질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임명된 다음에는 소신껏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검찰총장이 임기 동안 검찰을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현재 검찰 인사는 법무부 검찰국의 소관이다. 검찰 인사권이 법무부장관, 궁극적으로는 장관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는 얘기다.

검찰총장은 검찰인사에서 일정한 거리에 떨어져 있다. 인사권과 예산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검찰총장에게 검찰을 지키는 책임만 주문하는 것은 무리다. 검찰총장이 임기 동안 한눈팔지 않고 공정한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을 줘야 한다. 대신 검찰총장의 독단을 배제하기 위하여 검찰인사위원회를 의결기관화하는 등의 보완책은 필요하다. 검찰인사위원회에는 검찰 내부 인사뿐만 아니라 제3자적 위치에 있는 외부인사도 포함시켜 인사의 공정성을 검증 받아야 한다.

둘째, 법무부와 검찰의 역할과 기능을 재조정, 검찰의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 법무부는 법무심의 보호 교정 출입국관리 등 국가의 법무 관련 행정업무 수행을 전담하는 것이 좋다. 국가 사정체계는 검찰이 전담토록 해야 한다. 법무부에 소속돼 있는 수사검사는 원래 위치인 검찰로 돌아오고, 법무부는 순수한 의미의 법무행정을 담당하는 법률가 중심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찰 조직도 손질해야 한다. 특히 고등검찰청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등검찰청 검사직이 경쟁에서 밀려난 검사들의 안식처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고등검찰청의 구성은 검찰조직 원래의 위계질서와 체계에 전혀 맞지 않는다. 고등검찰청 검사들이 실질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 필요한 때가 됐다. 그들이 검찰에서 쌓아 온 경륜을 일선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국가 사정체계를 재편할 경우 자칫 ‘검찰 공화국’으로 전락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여기서 검찰에 대한 국민적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게 된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와 관련한 안을 내놓았지만 특별검사제도입,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경찰의 수사권 독립 등이 검찰에 대한 견제 장치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1회적이고 한시적인 특별검사제의 운영은 불가피하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 몇 차례 실시된 특별검사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상당히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특별검사제는 결코 국가조직의 정상적인 작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검제라는 특별한 제도가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은 기존 검찰조직과는 예산 및 인사에서 독립된 별개의 특별검찰기구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옥상옥의 위험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공직부패를 척결하고자 하는 새 정부의 의지를 굳이 폄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가 기존 검찰조직을 흔드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

헌법상 보장된 검찰권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도 인정돼야 한다. 즉,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영장을 발부하는’ 원칙은 지켜져야 하지만, 범죄 수사에 있어서 검찰과 경찰이 상하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자리잡도록 할 필요성이 상존한다.

대표집필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 헌법학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법원도 인사제도 바꾸자 ▼

대법원장은 대법관 이하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등 사법부를 실질적으로 좌우하지만 그의 제청권과 지명권 행사에는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다. 국민적 대표성을 직접 확보하지 않은 대법원장이 16명에 달하는 장관급 사법부 최고위직(대법관 13명,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의 인선을 사실상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 법관의 임면도 마찬가지다. 법관 인사는 대법원에 설치된 법관인사위원회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법관인사위는 법원 내부기관이자 심의기관에 불과하다. 법관인사위에 법원 외부 인사도 참여토록 하고 이를 의결기관화함으로써 인사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사법연수원 수료 성적에 따라 초임부터 지방법원 부장판사 때까지 보직이 자동 결정되다시피하는 법관 인사의 서열주의도 극복돼야 한다.

지방법원 부장판사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로의 승진 과정에서 일어나는 병목현상도 문제다. 이 과정에서는 대법원장의 선택에 의해 서열주의가 일시에 깨지면서 과반수의 지방법원부장판사가 승진 탈락과 더불어 사표를 낸다. 승진과 탈락을 대법원장이 독단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법관들이 이를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도록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재판에 대한 불신해소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대법원에서 지방법원에 이르기까지 잘못된 판결에 대한 검증과 문책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헌법재판소에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소송 남발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설정하면 가능한 일이다.

법원의 잘못된 재판은 판사의 업무량 과다에 주 원인이 있다. 특히 대법관의 업무량은 살인적이다. 일반 사건 재판은 대법원에 부를 설치해 대법관 1인이 재판장을 맡고, 배석판사를 부장판사로 보임하는 식으로 운영한다면 대법원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신체의 자유 보장 급선무▼

지난해 서울지방검찰청 본청에서 형사 피의자가 검사 및 검찰 수사관의 고문으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우리 헌법은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기 이전에는 선량한 시민으로 대접받아야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자유는 그 첫째가 목숨 그 자체이고, 그 다음이 신체의 안전이다.

그러나 지난 권위주의시대에는 신체의 자유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다. 권위주의 시대의 민주화운동은 일차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체의 자유 즉, 고문 금지와 인신 구속 및 체포 절차 등을 규정한 현행 헌법 12조가 우리 헌법에서 가장 긴 조문이 된 것은 그런 과거에 대한 반성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헌법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이제 불구속수사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자신의 신체적 활동이 자유로운 상태에서만 인간은 자유의지에 따라 진술할 수 있다. 구속 상태에서 인간은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발언하기 어렵다.

검찰은 오래 전부터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런 다짐과는 거리가 멀다. 언제까지 ‘수사인력 부족’ 운운할 일도 아니다.

검찰의 영장청구시에 피의자가 법관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그에 대해 법관이 구속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모든 국민의 권리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때 법관은 실질적으로 피의자의 신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 적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불구속 재판이 일반화할 경우 죄 있는 자에게 반드시 벌이 돌아가는, 형사 사법적 정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 최종 부담은 법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 무죄 판단에 있어 법관의 엄정한 법 적용이 요청된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