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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승표의 스포츠의학]디스크환자 성급히 ‘칼’대지 마라

입력 | 2003-01-21 17:45:00


디스크 수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회사원 김모씨(30)는 최근 산악 자전거를 시작하면서 허리 통증이 생겼다. 어정쩡한 자세로 무리하게 연습한 게 원인이었다. 일어나기 힘들 만큼 증상이 심해지더니 허벅지가 저린 방사통까지 생겼다.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같다는 동료의 조언에 겁을 먹은 김씨는 소문난 전문 병원을 찾아갔다. MRI 결과 4,5번 요추 사이 디스크의 색깔이 변하고 뒤로 볼록 튀어나왔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다. 첨단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증이 거의 없으며 흉터도 작다고 했다.

회사 사정상 시간을 낼 수 없었던 김씨는 수술을 미루었고 그러다 보니 증상이 조금씩 호전되었다. 이왕 늦었으니 더 기다려 보자는 생각에 시간을 보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가끔 요통은 있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체조와 함께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한 결과 산악 자전거도 다시 탈 수 있게 되었다.

허리 통증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험한다는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이 중 디스크 환자는 극히 일부이며 디스크로 진단 받은 환자도 90% 이상은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 허리 통증의 대부분은 그냥 좋아지며 더구나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종 사이비 치료법이 난무한다. 물론 믿을 것은 못되지만….

문제는 자연 치유로 나을 수 있는 디스크를 성급히 수술하는 것이다. 디스크를 서둘러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진행하는 신경 마비 증상’이 있을 때 뿐이다. 의사를 찾아가는 이유는 이렇게 꼭 수술해야 하는 경우를 가려내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급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4∼6개월 이상 기다려 봐야 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첨단 수술 기법이 나왔다고 해도 자연치유보다 좋은 것은 없다.

물론 그냥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검증된 치료를 병행하면서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허리의 기능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면 대부분의 디스크는 극복할 수 있는 병이다.

은승표/코리아 스포츠 메디슨 센터·코리아 정형외과 원장 http://kosm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