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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한국 스키점프 기적의 비행

입력 | 2003-01-19 17:19:00

쇼트트랙을 제외한 동계 스포츠에서 한국에 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 금메달을 안긴 강칠구.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K-120에서 화려한 비상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타르비시오의 기적.’

제21회 동계유니버시아드(이탈리아 타르비시오)에서 세계규모 대회 사상 처음 스키점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캐낸 한국스키의 쾌거는 ‘기적’이나 다름없다.

국내 등록선수는 겨우 7명. 유럽은 나라마다 등록선수가 1000여명에 이르고 이웃 일본만 해도 600여명이나 된다. 이처럼 열악한 여건을 딛고 K-90 경기에 출전한 한국의 ‘나는 새’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기적에 불을 붙인 선수는 대표팀 막내인 ‘무서운 10대’ 강칠구(19·무주 설천고 3학년). 그가 18일 슈바르젠 베르거(오스트리아)를 누르고 딴 개인전 금메달은 쇼트트랙을 제외하고 세계 규모의 동계종합대회에서 나온 첫 번째 금메달이다.

크로스컨트리에서 스키점프 선수로 전향한 강칠구는 지난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K-120 단체전에서 한국선수 가운데 최장거리인 122m를 날아 한국팀의 8위 진입을 이끌었던 주인공. 한국대표팀의 최돈국 감독(41)은 “강칠구는 배짱도 두둑하고 자질도 뛰어나 세계 수준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팀의 상승세는 19일에도 이어져 K-90 단체전에서 최흥철 김현기 최용직(이상 한국체대)과 강칠구가 출전해 우승을 일궈냈다. 1, 2차 합계 693.0점으로 슬로베니아(686.0점)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 강칠구는 2관왕.

비록 유니버시아드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보다는 규모가 작은 대회지만 ‘불모지’에 가까운 국내 스키점프 여건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성과다.

국내 스키점프의 역사는 12년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 91년 처음 스키점프가 도입됐으나 94년에야 처음 해외전지훈련을 할 정도여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불과 7, 8년 전이다. 당시 국내엔 정규 규격의 점프대가 없어 15m짜리 임시훈련장에서 연습하는 설움을 겪기도 했다.

96년 무주리조트에 국내 유일의 정규 규격 스키점프대가 생겼다. 그러나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잔디 위에서 훈련하는 여름엔 화상을 입기 일쑤였다. 열악한 시설 때문에 제대로 훈련하기가 힘들어 선수들은 1년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훈련해왔다.

단 7명의 등록선수, 그나마 국제대회에 출전할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는 5명뿐인 한국이 스키점프 선진국인 일본과 유럽세를 물리침으로써 한국 스키점프는 이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시설투자와 선수 저변을 늘리는 일.

최 감독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강원 평창군이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뛰어든 만큼 스키점프대를 더 만들고 각급 학교에 스키점프팀도 만들어 상승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팀은 22일 K-120 종목에 출전해 스키점프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한다.

■K-90과 K-120

스키점프의 두 종목인 K-90과 K-120. 여기서 K는 무슨 의미일까.

K는 독일어 ‘Kritisch Point’의 약자로 ‘임계점’을 뜻한다. 영어로는 ‘Critical Point’. 즉 K-90은 점프대의 비행 기준거리를 90m로 삼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비행거리가 이를 초과하면 m당 2점이 가산되고 미달되면 m당 2점이 감점된다. 단 K-120의 가감점은 1.8점. 여기에 자세 점수를 가산해 채점한다.

스키점프의 관전 포인트는 ‘텔레마크’로 불리는 착지 자세. 두 팔을 수평으로 펼치고 두 무릎을 굽힌 채 스키가 약간 엇갈리게 착지해야 한다. 이때 양발 스키의 간격은 스키 폭 2개, 스키가 앞뒤로 엇갈린 차이는 발바닥 길이 이내라야 감점을 당하지 않는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