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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불붙은 모바일 대전…'무선의 제왕' 노린다

입력 | 2003-01-06 17:44:00


“이젠 모바일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폴 오텔리니 사장은 지난 해 말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개발자 포럼에서 앞으로의 주된 활동무대는 ‘무선(無線·wireless)’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대형컴퓨터(1세대)와 PC(2세대)의 시대를 지나 컴퓨터가 무선통신과 통합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으므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더 많이 팔려면 무선사업에서 성공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휴대전화기 사업에 뛰어들어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등 기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 도전장을 던진 것.

이처럼 새해 들어 모바일 시장을 둘러싼 세계 주요 정보기술(IT)업체들의 패권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등 통신업체들이 주도해온 모바일 시장에 인텔 MS IBM 소니 등 컴퓨터 및 가전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 가세함으로써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모바일 대전(大戰)은 시작됐다=인텔은 올해 1·4분기(1∼3월) 중 ‘배니어스’라는 코드명의 차세대 모바일 CPU를 내놓을 예정이다. 모바일 시장을 겨냥한 인텔의 야심작이다.

기존의 노트북PC용 펜티엄4 CPU에 비해 무게와 두께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고속 무선랜 기능과 모바일 컴퓨팅 기능을 갖춰 개인휴대단말기(PDA), 휴대전화,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정보기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IBM은 최근 AT&T, 인텔과 제휴해 초고속 무선랜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 회사는 벤처기업 ‘코메타 네트웍스’를 공동으로 설립해 기업이나 통신회사를 상대로 초고속 무선랜 서비스를 시작했다.

AT&T는 장거리 통신망, IBM은 서비스 시스템, 인텔은 기술개발을 각각 맡아 내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무선랜 서비스망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가전업체인 소니는 에릭슨과 공동 설립한 소니에릭슨을 통해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휴대전화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소니의 디자인과 에릭슨의 기술력을 결합한 제품을 통해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전략.

▽휴대용 정보기기 시장을 잡아라=휴대전화나 PDA 등 휴대용 정보기기 시장은 모바일 대전(大戰)의 최대 격전지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컴퓨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휴대용 정보기기 수요가 기존의 PC 수요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대전화 업체들의 단말기가 컴퓨터 및 인터넷 기능을 갖춘 지능형 단말기로 진화하고, PC업체들의 PDA 또한 휴대전화 기능을 흡수하면서 휴대전화와 PC 업체간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MS는 윈도 운영체제를 내장한 휴대전화기를 선보여 이 같은 경쟁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PC에 이어 휴대전화 시장 장악을 노리는 MS 진영에는 인텔이 가세했지만 노키아 모토로라 등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용 차세대 운영체제 공동개발로 맞서고 있다.

▽모바일 시대 허브국가의 잠재력을 가진 한국=내로라 하는 IT기업들이 모바일 분야에 몰리는 이유는 명료하다. IT산업의 불황을 타개할 유망사업으로는 모바일이 으뜸이기 때문이다.

MS 시스코시스템스 인텔 등 IT분야 메이저 업체들은 이에 따라 3.1∼10.6GHz대의 주파수대역을 사용하는 초광대역(UWB·Ultra WideBand) 무선통신 등 모바일 분야 첨단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세계 최강의 모바일 인프라를 보유, 모바일 컴퓨팅 시대의 국가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고현진 사장은 “초고속인터넷 이용자 1000만명, 휴대전화 인구 3000만명 등 우수한 모바일 인프라를 갖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실험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바일 인프라와 국가 모바일 산업의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 한국은 휴대전화 서비스와 단말기 분야를 제외한 부품, 장비, 콘텐츠, 핵심기술 등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인찬 정보통신산업연구실장은 “기술과 인력개발에 힘을 쏟고 메이저업체와 손을 잡아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한다면 모바일 시대의 중심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