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법학과 김일수 교수▼
현행 대통령제에서 사면을 제한할 제도적 방안은 사실상 없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절제하고 사법부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판결에서 확인된 정의(正義)가 시간이 지나 부정(不正)이 될 소지가 있을 때 이를 시정하는 차원’으로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지 않고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할 경우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예외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해야 법치가 확립된다. 사법부와 검찰이 결정한 내용이 금방 수포로 돌아간다면 사법 정의를 믿고 법을 지키겠다는 일반인의 감정도 약화될 것이다. 검사 등 실무자들도 대통령의 의지는 존중하되 원칙에서 어긋났을 때 사면 대상자 선정과정 중 실무차원에서 충언을 하는 것도 부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이충상 부장판사▼
사면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사면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판결 확정일로부터 판결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하기 전에는 특별사면, 감형, 복권을 할 수 없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또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법무부장관의 상신(上申)이 아니라 3권 분립을 반영해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인씩 지명하는 9인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의 청구를 통해 특별사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므로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대통령은 법률에 의해서만 사면을 명할 수 있으므로 사면의 목적, 대상, 기준, 절차 등에 대한 규정 없이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백지위임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
▼최용석 변호사▼
사면이 결정됐을 때 형평성과 공정성이 문제되는 것은 사면 결정 전의 ‘밀행(密行)주의’에 기인한다. 사면 대상자 가운데 평범한 일반인은 아예 들어가지 않거나 끼워넣기 식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어떤 기준으로 대통령의 은전(恩典)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면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방안이 시급하다. 정부가 사면 신청서를 공식 접수하는 등 법을 고치지 않아도 투명한 행정 절차를 통해 형평성 시비를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사면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사위의 결정 사항을 가급적 공개하는 것도 대안이다. 이와 함께 사면법 개정을 통해 일정 형기를 채운 수형자를 대상으로 사면을 실시하는 등 ‘법률에 의한 제한’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