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구적 변환/데이비드 헬드 외 3인 지음 조효제 옮김/888쪽 4만원 창작과비평사
경제 문화 정치 등 각 방면에서 국경의 붕괴를 상징하는 ‘지구화(Globalization)’는 어느 한 지역의 발전이 지구 반대편의 개인이나 공동체의 삶에까지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폭넓은 인식을 반영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국가 단위의 제도나 사고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1960년대 프랑스와 미국에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지구화’라는 개념은 이제 전세계 주요 언어에서 거의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 됐다. 그러나 ‘지구화’의 이런 중대한 영향력에 비해 그에 대한 연구는 주로 경제와 문화 방면에 치중해 있는 것이 학계의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영국의 네 학자가 모여 10년의 세월을 바쳤다. 그들은 바로 이 책의 공동저자인 정치학의 데이비드 헬드(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의 앤서니 맥그루(사우샘프턴대), 사회학의 데이비드 골드블라트(영국개방대), 경제학의 조너선 페라턴 교수(셰필드대).
이들은 지구화에 대한 연구를 정치 군사 무역 금융 생산 이주 문화 환경이라는 8개 분야로 확대하고 그 연구시기를 현대로부터 선사시대까지로 확장했다. 이를 통해 개별 영역에서 ‘지구화’가 미치는 상호작용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파생된 ‘지구화’ 자체의 발전 논리를 추적했다.
이런 총체적 연구는 지구화의 단기적 특성과 장기적 추세를 구분하고 지구화의 변화단계를 문명사적 조망 아래서 설정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동시에 역사적 비교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화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영국 옵서버지 편집인인 월 허튼은 이 책을 “지금까지 시도된 모든 지구화 논의 중 가장 철저하고 정교하고 권위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각 분야의 막대한 자료 수집과 이를 토대로 한 공동연구의 이 알찬 성과는 한국 학계로서는 대단히 부러운 학제간 연구의 전범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옮긴이의 학문적 성실성이다. 성공회대 NGO학과 교수인 옮긴이는 1999년 원서가 발간된 이 책의 시간적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저자인 헬드 교수의 보론 ‘9·11사태 이후의 지구화’를 직접 받아서 실었고, 연구방법론과 지구화 관련 약어모음도 정리해서 부록으로 담았다.
2000년 NGO의 쟁점과 과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편역서 ‘NGO의 시대’(창작과비평사)를 내놨던 그는 18개월 동안 이 방대한 저작의 번역에 매달리며 “연구 건수를 중시하는 학계의 신자유주의적 경향에 저항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종착점까지 달려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조효제 교수가 중단기적으로 추진중인 ‘NGO-지구화-지구시민사회-인권’에 관한 역·저서 4부작 중 두 번째 책이다. 다음 책을 기대한다.
김형찬기자 철학박사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