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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JP, 중립? 몽니? 속내는

입력 | 2002-12-09 19:26:00


《“JP의 속내를 모르겠다.” 대선전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충청지역의 판세가 여의치 않은데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지지후보에 대한 입장 표명을 계속 미루자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들은 요즘 답답한 가슴만 쓸어 내리고 있다. ‘텃밭’이라 여겼던 충청권에서 밀리고 있어 조급한 마당에,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의 자민련 입당 이후에도 JP는 기대와 달리 속내를 짐작키 어려운 행보만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JP와 자민련의 선택이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은 쉽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충청지역과 전국의 충청출신, 부동 보수층 등을 합쳐 30만∼50만표의 득표력은 있을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본심은▼

최근 JP를 만난 사람들은 “JP가 한나라당에 맺힌 게 많더라”고 전한다. 11월 중순 이양희(李良熙) 이재선(李在善)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이 JP를 결정적으로 자극했다고 한다. 그 직전만 해도 양측간에는 JP가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방안을 놓고 물밑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두 의원의 전격적인 한나라당 입당에 격노한 JP의 감정이 최근까지도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소 바뀐 듯하다. 이달 초 JP가 당직자들에게 “과거 가슴에 맺힌 게 있었다면 다 풀어버리고 앞길을 원점에서 모색하자”는 말은 사실상 한나라당을 향한 메시지였다는 게 한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측근은 “실제 문제해결의 고리는 JP에 대한 예우와 대선 후 자민련의 위상 보장, 이 두 가지뿐”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말 JP가 “연기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한 말 속에는 한나라당에 대한 섭섭함과 함께 이회창 후보에 대한 ‘통첩’의 성격이 함께 실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자민련의 한 의원은 9일 “한나라당이나 자민련이나 모두 여당과 야당의 기로에 서 있다. ‘자민련이 도와 줘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자민련은 정권의 파트너’라는 따뜻한 손짓을 JP는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李지지냐 중립이냐▼

현실적으로 JP가 ‘아무 말 없이 중립지대에 서느냐,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느냐’라는 두 가지 선택을 앞두고 있다는 데에는 당 안팎에 이견이 없다.

당내에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다는 공감대만은 확고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러 채널을 통해 JP의 중립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JP가 끝까지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현실정치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를 영영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다. 따라서 JP의 최종 선택은 한나라당이 어떤 모양으로 손을 내미느냐와 맞물려 있는 듯하다.

자민련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충청 표를 민주당과 반반 갈라먹어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한나라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고, 절반 이상을 차지해야 승산이 있다고 본다면 칼자루는 JP에게 있다”고 했다. 대선 셈법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JP는 아직 스스로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믿기에 요지부동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택의 데드라인은 언제일까. 그는 “바둑으로 치면 ‘계가(計家) 싸움’에 돌입하는 이번 주말쯤이면 한나라당과 JP 모두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JP측은 한나라당이 상당한 정도로 사과의 모양새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JP를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어 시간은 점차 다가오는 분위기다.

▼이인제의 역할▼

자민련은 노무현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해 일단 이회창 후보를 도와줘야 한다는 지역구 의원들과, 차라리 중립을 지키는 게 당의 장래를 위해 낫다는 일부 전국구 의원의 입장이 맞서 있는 형국이다.

한 의원은 “이럴 때에 대비해 JP가 이인제 권한대행과 손을 잡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직접 나서지 못할 상황이 되면 이 권한대행을 통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권한대행은 JP와 한나라당 사이에 끼여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한 상황이다. 금방이라도 이 후보 지지에 나설 것 같던 기세와는 달리 JP의 OK 사인도, 한나라당의 ‘손짓’도 아직은 없어 어정쩡한 행보에 머물고 있다.

이 권한대행의 한 측근은 “단기필마로 입당하는 바람에 초반부터 기가 꺾여서인지 JP의 벽을 넘기가 역부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틈을 비집고 JP와의 갈등설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 후보의 약진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이 권한대행의 답답한 속내는 “민주당을 떠날 때 한 말은 아직 유효하지만, 당내 협의를 거칠 수밖에…”라는 9일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최후까지도 JP와 한나라당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그가 일부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국익’과 ‘정체성’을 명분 삼아 이 후보 지지선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주 안에야 (당론이) 결정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