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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기자의 건강세상]영양만점 보리밥

입력 | 2002-12-08 17:39:00


지난주 러시아 볼쇼이합창단의 CD 두장을 사서 틈틈이 듣고 있다.

CD에는 SBS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알려진 ‘백학’, 심수봉이 번안해서 부른 ‘백만송이 장미’ 등 귀에 익은 노래가 적지 않다. 우리 가곡 3곡이 이채로운데 필자는 ‘보리밭’을 즐겨 듣는다.

그런데 필자는 ‘보리밭’이 자꾸 ‘보리밥’으로 들려서 혼자서 피식 웃곤 한다.

요즘 보리밥이 몸에 좋다는 외신 보도를 너무 많이 접해서일까, 아니면 늘 먹는 것만 생각하는 ‘먹보’ 습성 때문일까, 러시아인들의 발음이 불명확해서일까.

이 가곡을 들으면서 초등학생 때 ‘혼분식의 날’에 보리밥 도시락을 싸 가지 못해 선생님에게 혼이 났던 기억도 떠올려 본다.

지금은 쌀 소비가 줄어 정부가 쌀밥이 몸에 좋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당시엔 쌀밥보다 혼분식이 몸에 좋다고 귀에 따갑도록 들었다. 당시 쌀이 부족한 사정 등을 감안해도 분식을 적극 장려한 것은 문제가 있는 듯하다.

우선 한국인 가운데 소화기, 코, 피부 등에 밀가루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서양에서는 분식의 폐해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분식이 패스트푸드 못지 않게 온갖 성인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의 로렐 코데인 박사팀은 빵을 많이 먹으면 여드름이 많이 생긴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쌀의 경우 도정한 백미(白米)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성인병의 원인이 되지만 쌀밥을 먹을 때는 빵과는 달리 여러 반찬을 골고루 먹을 수 있다는 숨은 장점이 있다.

반면 보리는 영양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보리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대장암 당뇨병 심장병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변비를 예방하거나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보리에 많은 비타민B군에 주목하고 있다. 비타민B는 피로 회복, 기억력 유지, 항산화 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요즘처럼 송년회다 동창회다 해서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이 몸을 추스리려면 보리밥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쌀 중에서도 현미가 건강에 좋듯이 보리 중에서도 눈을 벗겨내지 않은 통보리가 특히 좋다.

보리눈에는 칼륨, 칼슘, 비타민C, 마그네슘, 구리, 망간, 아연 등 온갖 영양소가 들어있다. 특히 토코페롤이나 토코트리에놀 등 항산화물질이 듬뿍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에 그만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맛이 문제지만 백미에 10∼30% 섞어 먹든지, 외식 때 주로 보리밥집을 이용하면 된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보리밥을 먹어야겠다. 풋고추를 쫑쫑 썰어 바특하게 끓인 강된장에 보리밥을 썩썩 비벼 한 입 그득….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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