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둔 26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여성정책토론회에 참석했고(왼쪽),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지원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양자대결'을 벌였다. - 서영수기자
《부산 경남(PK) 지역과 충청권이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최대 승부처로 부상하면서 이 지역의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양 진영이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27일 후보등록 직후 대선 레이스의 돛을 올리는 곳이 ‘부산’인 것도 우연이 아니라 이 같은 전략요충으로서의 중요성 때문이다. 양 진영은 특히 충청권을 놓고는 합종연횡을 통한 ‘세 불리기’와 ‘단일후보 바람몰이’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한나라▼
‘PK표를 결집하고, 충남 예산엔 말뚝을 박자.’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의 최대 접전지로 떠오른 PK지역과 충청권 공략 방안 마련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 지역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단일화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눈길은 우선 PK지역으로 향했다.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아성인 PK지역이 흔들릴 경우 대선 판도 전체에 미칠 파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즉각 ‘PK 특별관리 계획’ 실행에 착수했다. 당초 유세일정까지 변경해 부산 경남지역을 첫 지방 유세지로 잡고, 노 후보에 대한 호남지역 유권자의 ‘몰표 민심’을 겨냥해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비상전략’까지 세운 것이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의 이 후보 지지율이 3% 미만에 그친 반면, 노 후보는 최고 90%까지 치솟는 상황을 역으로 활용해 PK 표심(票心)의 결집을 호소할 것”이라며 “특히 노 후보의 불안정한 ‘럭비공’ 이미지를 부각시키면 노풍(盧風)은 한순간 돌풍으로 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노 후보가 ‘부산 대통령’을 내걸며 바닥표 다지기에 나설 경우에 대비, 당 지도부는 선거기간 중 부산에서 선거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바람몰이에 나서고 의원들은 지역구에 상주시켜 표밭갈이를 독려한다는 비상대책도 세워놓았다는 후문이다.
‘안개 표심’으로 압축되는 충청권도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고향이 충남 예산인 만큼, 이 후보가 유일한 충청권 출신 대선 주자라는 것을 적극 부각시킬 방침이다. 이른바 ‘충남 예산 말뚝박기’ 전략인 셈이다. 첫 공식 유세에서 PK 공략 이후 이 후보의 선영인 충남 예산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충남 출신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의 관계 개선과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충청권 득표전의 빅 카드다. 한 당직자는 “충청권 지지율 만회를 위해 JP와 이 의원의 영입을 논의한 적도 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커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민주당▼
“후보단일화의 거품은 좀 빠질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강세였던) 부산에서 ‘총구(銃口)’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25일 밤 몇몇 기자들에게 한 얘기다. 그만큼 노 후보는 자신의 출신지인 PK지역을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핵심전략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미 1주일 전인 19일 선대위 산하 정치개혁추진본부가 부산으로 이전해 바닥 ‘표심’을 훑고 다닌 데 이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정치개혁 유세단’을 별도로 편성해 투입해 놓고 있다. 한나라당의 ‘DJ적자(嫡子)론’에 ‘탈DJ’ 성향이 강한 정치개혁추진본부 소속 의원들을 앞세워 정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노 후보는 선거기간 중 직접 5차례 이상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 천정배(千正培) 정무특보, 전 노사모 대표인 영화배우 명계남(明桂男)씨가 부산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거리유세전의 전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접전이 예상되는 충청지역에 대해서도 노 후보측은 특단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이달 초 일찌감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제시한 게 상당히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전국 각지에서 대전으로 집결하는 형식의 ‘전국 지구당 선대위원장 회의’를 열어 기선잡기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또 노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던 이인제(李仁濟) 의원과의 전격회동을 추진하는 한편, 후보단일화의 파트너인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지원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지역 탈당의원들의 복당도 무너진 조직력을 되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산 경남-대전 충청 지지율 부산 경남대전 충청이회창노무현이회창노무현8.1051.420.342.728.79.749.824.230.227.99.2458.521.639.219.211.551.423.243.427.911.1457.623.038.327.911.1754.522.631.928.111.2349.930.830.135.911.2549.932.032.737.8
(동아일보-KRC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