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구도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간의 양강(兩强) 대결로 굳어지면서 그동안 ‘제3지대’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모색하던 정치권 인사들도 속속 입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양 진영은 ‘세 불리기’를 위해 민주당 탈당의원 그룹과 자민련,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 등과의 연대를 위한 치열한 막후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민주, 후단협 복당 환영▼
민주당은 26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오랫동안 지속돼온 당내 갈등을 털어내고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에서 승리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이날 의총에서는 대선승리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던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들의 복당은 물론 자민련, 이한동 전 국무총리 등과 합쳐 ‘반창(反昌) 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노 후보는 이날 민주당 의총장을 직접 방문,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자신감과 포용력을 보였고, 의원들도 모처럼 웃음이 만면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희망과 절망, 실의와 기쁨을 하루에도 몇 번씩 넘나들며 긴 터널을 통과했고 이젠 희망을 갖게 됐다”며 “국민통합21과의 ‘당 대 당’ 통합을 포함해 많은 분들과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외연확대를 해서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하자”고 말했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도 “노 후보와 노선이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노 후보는 ‘뺄셈정치’가 아닌 ‘곱셈정치’를 하는 지도자로 다시 태어났다”며 “자민련, 민국당,이한동 후보 등과 대통합을 이뤄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가세했다. 박병윤(朴炳潤) 의원은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김중권(金重權) 전 대표를 최고위원으로 영입하고 JP와의 연대, 이한동 후보 포용 등으로 총동원 체제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날 후단협 소속 의원 12명이 민주당 복당을 결의하자 이를 환영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노 후보가 이인제 김중권 전 대표를 직접 만나 협력을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자민련과 이한동 전 총리 등에 대해서는 노 후보가 직접 나서는 대신 이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어온 당내 인사들을 ‘채널’로 활용키로 했다.
민주당은 또 국민통합21과의 정책·선거 공조를 통해 선거운동의 일체화를 이룬다는 방침을 세우고 집중적인 조율에 착수했다.
한편 민주당은 김원길(金元吉) 박상규(朴尙奎)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사실이 알려지자 한 대표가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한나라당 세확산 저지’에도 적극 나섰다.
한 대표는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로 개인적으로도 큰 배신감을 느낀다”며 “반드시 인과응보가 따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대표는 “한나라당이 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이성을 잃었다”며 “한나라당은 한보사건 수서비리 등 수천억원대의 권력형비리를 저지른 부패정당의 본산”이라고 맹렬히 공격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인제 한나라行 곧 결단▼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한나라당행’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이 의원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노선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온 마당에 당에 남아 ‘방관’만 하고 있을 수도 없고, 탈당하자니 또다시 ‘불복’ 비판을 받을 것 같아 장고를 거듭해 왔다. 이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내가 뭐 할 일이 있나. 백의종군하는 것이지…”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이 충청권 공략 차원에서 이 의원의 영입에 적극 나서면서 대선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26일 이 의원 주변에서는 “이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물론 이 의원은 여전히 “고심중이다”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으나 이 의원은 한나라당행쪽으로 이미 무게 중심이 쏠려 있어 곧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핵심 측근은 “이젠 애매한 태도를 취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에 입당하든지, 아니면 당에 남아 열심히 노 후보를 지원하든지 양극단의 선택만 남았고 가능성은 반반이다”고 말했다.이 의원의 영입에는 한나라당측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핵심측근이 직접 교섭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