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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칼라일로 자리 옮기는 루이스 거스너 IBM회장

입력 | 2002-11-22 17:49:00


올해 말 IBM에서 은퇴한 뒤 고고학과 중국사를 공부할 계획이었던 루이스 거스너 회장(60)이 21일 마음을 바꿔 미국 칼라일 그룹의 회장직을 수락했다.

칼라일 그룹은 ‘큰손’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기업을 싼값에 인수한 뒤 높은 가격에 되파는 방법으로 급성장한 투자전문회사. ‘워싱턴 커넥션’을 동원해 규제가 많고 정부 입김이 강한 국방과 항공 분야의 기업들을 인수, 매각하면서 덩치를 불려 기업 평판이 좋은 편은 아니다.

87년 1억달러의 자금으로 출발한 칼라일의 투자규모는 15년 만에 55개국에 139억달러로 늘어났다. 지난 10년간 연간 투자수익률은 무려 34%. 칼라일에 투자하려면 최소한 100만달러는 집어넣어야 한다. 투자자 중에는 1억달러를 투자한 세계적인 큰손 조지 소로스도 있다. 현 회장인 프랭크 칼루치 전 국방장관(72)은 명예회장으로 물러선다.

비즈니스위크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칼라일이 베일 뒤에서 움직이는 음침한 이미지를 벗고 기업을 공개, 본격적인 상장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거스너 회장을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산 위기에 처한 IBM을 회생시켰던 거스너 회장은 “칼라일의 일상적인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고 자문역으로 활동할 계획이며 내 시간의 20%만 칼라일에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역시 투자회사인 클레이톤, 두빌리에 라이스사에서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는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 회장 정도로만 회사에 관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칼라일은 거스너 회장의 영입으로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제임스 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 등 로비용 퇴직 정치인들만 가득 찬 경영진 또는 고문 명단에 전문경영인을 추가했다.

칼라일은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 칼라일의 수익전망은 치솟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테러와의 전쟁’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는 기업. 특히 칼라일이 지배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방산업체 유나이티드 디펜스는 9·11테러 이후 냉전시대의 구물로 국방부조차 퇴역대상으로 분류한 곡사포 크루세이더의 110억달러어치 납품 계약을 국방부와 체결하면서 곧바로 기업을 공개, 엄청난 이득을 칼라일에 안겨줬다.

칼라일의 투자고객에는 오사마 빈 라덴의 사우디 가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지난해 10월 칼라일은 빈 라덴 가족과의 관계를 끊었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