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최고책임자가 한국측 파트너와 식사를 함께했다. 소지품이 든 가방을 직접 들고 나타난 그는 식사를 마치자 가방에서 조그만 자동카메라를 꺼낸 뒤 기념촬영을 제의했다.
‘장면 2’
국제회의에 참석한 한국의 한 장관. ‘장관님’이 기다리지 않도록 부하 직원들이 미리 엘리베이터를 잡아놓았다. ‘장관님’이 타자마자 우르르 몰려 탔다. 외국인들은 한국 ‘장관님’ 일행이 떠날 때까지 한참 동안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판사 출신으로 공정위에서 국장까지 지냈다가 올 봄 공직을 떠난 임영철(任英喆) 변호사가 최근 펴낸 ‘넥스트 코리아:대통령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에서 ‘조폭(組暴)적’ 장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든 사례이다. 다음은 대통령 권한과 관련한 사례.
‘기사 유형1’
2000년 9월16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지 보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중국계 핵물리학자 리원허를 9개월 구금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를 법무부가 분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called for).”
‘기사 유형2’
같은 날짜 워싱턴포스트지 보도. “인도네시아 와히드 대통령은 경찰에 수하르토의 아들을 체포할 것을 명령했다 (ordered).”
민주적 절차에 따른 ‘요청’과 제왕적 위치에서의 일방적인 ‘명령’, 한국 대통령은 어느 쪽일까.
임 변호사가 책에서 밝힌 내용은 사실 한국에서는 특별히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행정부로 집중된 권력, 대통령 눈치만 보는 장관, 그러면서 부처 내에서는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장관, ‘눈먼 돈’인 장관 판공비, 가신(家臣)정치, 공천권을 무기로 의원들을 지배하는 정당의 총재,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 등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왜 새삼스럽게 이 책의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을까. 그 묘사의 ‘생생함’과 파격성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 같은 ‘구(舊)질서’가 통용되지 않는 사회, 참으로 시민에 봉사하는 장관과 대통령이 나오는 나라를 기다리는 열망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 같은 ‘구(舊) 질서’가 통용되지 않는 사회, 참으로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장관과 대통령이 나오는 사회를 기다리는 바람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대통령의 꿈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공종식기자 경제부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