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11월호는 1997년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이 주도한 북풍사건과 그 과정에서 불거진 ‘흑금성 사건’의 전모를 파헤쳤다. 남과 북의 최고 정보기관을 오가며 첩보활동을 벌인 흑금성의 행적을 통해 ‘영화같은’ 공작의 세계를 보여준다.
고정간첩을 속이기 위해 신용불량자로 위장, 북한과 연결된 흑금성은 북한 보위부장이 “인공항문을 구해달라”고 부탁할 만큼 밀접한 관계가 됐다. 북한 조사부는 그에게 “100만달러를 줄테니 함께 일하자”고 제의했다.
흑금성은 북한과 접촉한 남한 정치인 자료를 안기부에 전달했고, 자신이 위기에 처하자 “비밀녹음 자료가 있다”고 위협해 궁지에서 벗어났다는 것. 신건 국정원 차장은 흑금성에게 조건을 제시하며 이 녹음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권영해 전부장이 1998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낙선을 위해 공작을 벌인 사실도 밝혀졌다.
6·29 서해교전과 군사정보 유출 배후도 정밀 추적했다. 두 번 직위진급한 권영재 중장과 한철용 소장의 갈등, 이용호의 보물선 인양을 둘러싼 한철용·김동신의 갈등, ‘윗분’이 원하는 쪽으로 정보 내용을 바꾸는 장교들의 실태 등을 취재했다.
‘주먹은 가고 돈이 말한다’는 달라진 건달세계 풍속도도 흥미롭다. ‘주먹계’ 최강 모임인 우정회의 실체를 최초 공개하고, 정권 실세를 둘러싼 호남 주먹계 실력자들의 사연도 곁들였다.
‘옛 주먹’ 김두한의 육성증언을 담은 60분짜리 테이프도 부록으로 제작됐다. 신마적·구마적과의 결투기, 하야시 패거리와의 장충공원 대회전 등이 주인공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실렸다.
도올 김용옥의 논어 해석을 “학문도 설교도 아닌 공상만화”라고 질타하는 동양철학자 기세춘의 비판, ‘온실재벌’ SK의 과다 내부 거래 실상, 재계의 주역(周易) 바람 등도 화제의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