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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지오그래픽][여행]제주 모슬포항 방어대축제

입력 | 2002-10-23 17:59:00

화가 난 옥황상제가 뽑아 던진 한라산 봉우리가 산이 됐다는 산방산을 배경으로 신혼부부가 송악산을 오르고 있다. 여기에 서면 모슬포는 물론 가파도 마라도와 용머리해안 형제 섬, 사계리 해안 등 옛 대정 현의 아름다운 풍경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조성하기자



‘탐라지’라는 고서를 뒤척이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이 책을 편찬한 제주목사 이원진(1594년∼?). 어디서였더라. 탐독 중 ‘대정 현’부분에 이르러 생각이 났다. 맞다, 하멜 표류기. 1653년 대만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도중 난파한 동인도회사(네덜란드) 소속 범선 스페르베르호를 탈출, 대정 해안에 상륙한 하멜 일행 38명을 도성으로 압송했던 그 제주목사다.

지난 주 파란 하늘이 눈부시던 날. 하멜이 목숨을 건진 용머리해안을 찾았다. 그 위 언덕에는 하멜의 상륙을 기념하는 비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허다한 해안 가운데서도 하필이면 제주도였을까.

의문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찾게된 또 하나의 사실. 조선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서양인 빙라이(1582년·선조 15년) 역시 표류하다 제주도에 상륙했다. 하멜 일행의 통역을 맡았던 세 번째인 서양인 벨테프레(한국이름 박연·1627년·인조 4년)의 상륙지는 남해안. 네 번째가 된 하멜 일행까지 보면 일본행 선박은 난파 시 제주도에 표착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난파한 상선 스페르베르호에서 탈출한 하멜이 상륙한 용머리해안의 언덕에 있는 하멜기념비.

이런 저런 궁금증을 안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모슬포 항(1종항)에 닿았다. 물살 세고 바람 세기로 제주도에서도 알아준다는 이 곳. 그래서 ‘모슬포 몽생이’라는 말도 있다고 했다. ‘몽생이’란 ‘억척’이다. 왼편에 가파도, 오른 편에 마라도와 지척간인 이 곳. 돈은 가파도(갚아도) 좋고 마라도(말아도) 좋다는 우스갯말의 현장이다. 수협 공판장에는 어른 팔뚝만한 고등어와 반짝이는 은빛 옷 입은 갈치가 상자에 담겨 있었다.

가파도 마라도 행 여객선이 뜨는 닿는 모슬포. 두 섬 사이는 고기 잘 잡히기로 이름난낚시 포인트다. 그리고 계절은 가을. 몸매 늘씬한 방어가 지천으로 깔릴 때다. 이 가을에 모슬포에 왔다면 방어낚시는 필수다.

낚시 포인트인 섬 사이 바다까지는 배로 20분 거리. “물린 낚싯줄을 당기면 방어는 물 속 바위로 돌진해 줄을 끊어 버리니까 즉시 당겨야 합니다.” 낚싯배 경력 35년의 2002호 선장 김홍율씨(50)가 채비를 차려 주며 알려준 요령.

김씨는 싱싱한 남극해산 크릴새우를 배 밑 구멍을 통해 물살에 흘려 보내며 고기를 유인했다. 20분 후. 물살에 흘려둔 낚싯줄 풀리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뭔가 문 것이다. 전동 릴을 고속 회전시켜 감아 올린 첫 작품. 인디언핑크 빛깔의 참돔(1㎏)이었다.

이날 최대 ‘사건’은 20m쯤 떨어진 곳에 있던 다른 낚싯배에서 터졌다. 1m 길이에 16㎏쯤 되는 대형 방어가 잡힌 것. 기자에게도 어신(魚信)이 왔다. 낚싯대가 부러질 듯 당겼다가 풀어 주며 릴 감기를 십여 차례. 2㎏짜리 참돔을 낚았다. 그 묵직한 손 맛. 일단 한 번만이라도 느껴 보았다면 평생 잊기 어려울 만큼 짜릿하다.

대정유어선민박촌(대표 김홍율)에서 체험낚씨를 즐길 수 있다. 064-794-8263, 011-696-7898

제주 모슬포〓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대정유어선민박촌 소속 낚싯배에서 낚시로 잡은 대형 방어.

●방어축제의 백미는 체험낚시

11월 1∼3일 모슬포항. 최남단 풍어제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 지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체험 낚시. 홈페이지는 www.jejubangeo.com.ne.kr

△선상 릴낚시대회〓2일 오전 6시∼오후 4시 마라도 근해. 팀(1척에 3명)당 출전료 30만원. 29일 접수(064-794-1032). 낚싯대는 물론 미끼 등 채비 일체 제공. 잡은 고기는 냉동포장 택배 서비스. 1등 상금 60만원.

△코생이도 좋고 어랭이도 좋고〓2, 3일 낮 1∼5시 모슬포 근해. 방파제 낚시.

△방어 손으로 잡기〓2, 3일 오후 2∼5시 모슬포항

△가두리 방어 낚시대회〓3일 오후 1∼3시.

●식후경

일본 취재 중 홋카이도에서 껍질 익힌 도미 회를 맛본 적이 있다. 포를 뜬 뒤 껍질을 떠내지 않고 껍질부위만 살짝 불에 익혀 회를 뜨는데 말랑말랑한 도미껍질에서 배어 나온 고소함으로 회 맛이 특별했던 기억이 난다. 모슬포항 부근의 ‘동명활어초밥’식당(주인 김춘명·대정읍 하모리)에서 오랜만에 그 맛을 다시 보았다.

껍질 굽는 비결을 물었으나 ‘노 코멘트’. 백견이 불여일식(百見不如一食)이니 제주 섬에 갔다면 한 번 들러보자. 감자와 무를 넣고 간장양념으로 푹 졸인 도미 찜도 별미. 주인 김씨 역시 낚싯배 주인. 생선이 아무리 팔팔해도 잡힌 지 1주일이면 무조건 수족관에서 퇴출시킨다고. 횟감은 자연산만 쓴다고 했다. 064-794-1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