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텔마마’의 플로어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30대 이상의 남녀손님들. 평일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빈다.-신원건기자-
《클럽 ‘돈 텔 마마(Don’t tell MaMa).’
서울 강남구 역삼동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있는 성인 카바레&나이트.
2000년 영업을 시작한 이 업소는 30,40대의 ‘부킹(즉석에서 남녀 짝짓기) 명소’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서울 시내에 이 업소의 상호를 그대로 따온 주점, 음식점이 여기저기 생겨날 정도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30, 40대의 욕망이 뜨겁게 분출하는 곳이다.
오후 9시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30대 남자)
“1990년대 서울 강남의 삼정호텔과 팔레스호텔 카바레&나이트 등 한국 성인 카바레&나이트의 역사적 흐름이 돈텔마마에 귀결됐다고 볼 수 있다.” (40대 남자)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취재기자는 9일 취재를 돕기로 한 30대 직장 여성 3명과 함께 정확히 오후 8시 돈텔마마에 입장했다. 취재 목적으로 이 곳에 들른 기자임을 업소측에 밝히지는 않았다.》
성인 캬바레&나이트인 ‘돈텔마마’의 외부전경. 신석교기자
지하 1층 입구로 내려가는 통로에 안내판이 붙어 있다.
‘만취한 자, 30세 미만인 자, 복장이 불량한 자의 입장을 금함.’
중앙의 스테이지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복장의 남자 가수 5명이 열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웨이터의 안내로 스테이지 가까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맥주로 간단히 주세요.” “과일안주 드릴까요?” “네, 그러세요.”
‘김남일’ ‘다훈’ ‘김상사’ ‘봉선생’ 등 수십 명의 웨이터들이 분주하게 손님을 맞는다. 주름진 얼굴에 머리가 희끗희끗해 최소한 50대 후반 이상으로 보이는 웨이터들도 눈에 띄었다. 음악소리가 시끄러워 같은 테이블에서조차 대화가 어렵다.
오후 8시20분. 눈대중으로 1000평 이상 되는 홀이 손님들로 거의 메워졌다. 기자의 좌우 앞쪽으로는 양복 차림의 40대 후반경의 남자 2명이 앉은 테이블, 컬이 얇은 퍼머머리와 눈꼬리를 과장되게 옆으로 내뻗은 아이라이너 화장을 한 30대 후반경의 여자 3명이 일행인 테이블이 있었다. 대각선으로 10m쯤 되는 거리에는 간혹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비치는 40대 조연급 남자탤런트와 그 친구들도 앉아 있었다.
본격적으로 ‘부킹’ 작업을 시작한 웨이터들은 기자의 테이블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언니, 아주 점잖은 남자분 2명이 룸에서 기다리고 있어. 친구분도 같이 가면 되겠다.” 기자와 일행인 여자손님의 손목을 낚아채 룸으로 이끄는 웨이터의 동작은 민첩했다. 여자의 답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웨이터에 따르면 이 업소에는 16개의 룸이 있다고 했다. 룸 안에는 웨이터의 설명대로 단정한 인상의 30대 후반 남자 2명이 과일안주, 마른안주, 양주를 시켜놓고 있었다. 노래방기기가 연결된 텔레비전 모니터에서는 부산 아시아경기 한국-대만의 야구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전 오늘 처음 왔어요. 이 친구는 세번째고요.” (남자 A)
“참 얌전하시네요. ‘선수’(잘 노는 여자) 분위기가 전혀 안 나요. 결혼은 안 하신 것 같고, 무슨 일 하세요?” (남자 B)
“최근 결혼했는데, 요즘 아내랑 사이가 안 좋아요.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 여자가 서빙하는 룸살롱에 가려다가 친구 소개로 이곳에 오게 됐어요.” (남자 A)
남자들은 안주를 집어주는 친절을 베풀며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려고 노력했다. 무례하거나 지저분한 행동은 없었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걷힌 뒤, 기자 일행이 자리를 뜨려 하자 남자들은 “아쉽다. 또 만나자”며 자신들의 명함을 건넸다. 유명 외국계 기업의 고위간부들이었다.
첫 번째 부킹을 10분만에 끝내고 돌아와 앉자마자 웨이터의 손에 이끌려 두 번째 부킹장소로 ‘끌려갔다’. 화장실이 딸린 또 다른 룸에는 2명의 남자가 있었다. 30대 후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40대 초반의 남자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했다. 40대 남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한다”고 했다.
30대 남자는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할게요. 나 여자 ‘꼬시러’ 왔어요. 하긴 어제도 왔었어요. 오후 6시반까지 오지 않으면 룸을 잡을 수 없어요. 이곳은 워낙 인기가 좋아 예약이 안 되니까요. 자리잡고 나가서 저녁식사하고 다시 들어온 거예요.”
기자 일행은 ‘2차로 노래방에 가자’는 남자들의 제의를 거절하고 일어났다.
오후 9시. 돈텔마마의 스테이지는 춤을 추는 남녀로 북적댔다. 남자와 여자의 과감한 스킨십도 목격됐다. 자리를 잡지 못한 남녀는 출입구와 복도에서 자리가 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서 있었다. 여자화장실에서 30, 40대 여자들은 바쁜 손놀림으로 화장 매무새를 고쳤다. 웨이터는 끊임없이 남자와 여자를 짝지었다. 홀에서 부킹한 남녀는 음악소리 때문에 바짝 다가앉아 귀에 대고 대화했다. 한 남자는 입에 과일안주를 물고 옆자리 여자에게 함께 먹자는 시늉을 했다. 남자손님은 30대 후반∼50대 초반, 여자손님은 30대 중반∼40대 중반으로 보였으며 남자와 여자의 비율은 대략 6대4였다.
밤 11시. 웨이터가 다가와 “국제변호사 일행이 있다”며 룸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룸에 앉아 있던 40대 남자들은 “은행에 근무한다”고 말했으며 서로를 “지점장”이라고 불렀다. 그 중 2명은 아내와 아이들이 외국에 있는 ‘기러기 아빠’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웨이터는 기자 일행 2명 이외에도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2명을 같은 방으로 데려왔다. 여자들은 “(서울시내) J대를 졸업했다”고 소개한 뒤 노래방기기를 틀어 노래를 불렀다. 앞머리가 조금 벗겨진 남자는 여자 옆에 서서 여자의 등과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내렸다. 여자는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이날 자정까지 4시간 동안 기자 일행은 각각 8∼10건의 부킹을 했다. 이곳에서 부킹한 남자들이 대화 중에 한 이야기를 옮겨본다.
“돈텔마마처럼 30, 40대를 타깃으로 한 아이템으로 개인사업을 해 보고 싶다. 나이트클럽은 어린애들이 노는 곳 같고, 일반 카바레는 노티난다. 이곳은 30, 40대들이 남 눈치 안 보면서 세련되게 놀 수 있는 곳이다.” (증권회사 지점장이라고 밝힌 30대 후반)
“9년간 외국에 살다가 어제 귀국했다. 친구와 함께 왔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파티 문화가 없어 이 같은 유흥문화가 생겨난 것 같다.” (회사원이라고 밝힌 30대 중반)
“아내 이외에 편하게 내 고민을 들어주는 이성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미혼여성을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 대화를 나누다가 깊은 관계로 발전하더라도 유부녀가 오히려 안전하고 편하다. ” (사업가라고 밝힌 30대 후반)
“이곳에 다섯 번 왔다. 보험회사 여자 영업직원, 아이들을 학원과 독서실에 보낸 엄마를 만난 적이 있다. ‘어차피 남편도 어디선가 옆에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라며 자정까지 귀가하지 않는 전업주부도 만났다. 이혼한 남녀도 꽤 있다. 남녀 모두 섹스까지 가능하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어 2차로 모텔로 향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사업가라고 밝힌 40대 초반)
다음날 0시반. 여전히 불야성인 돈텔마마를 나서는데, 웨이터는 기본메뉴(맥주 4병과 과일안주) 가격인 11만원 이외에도 ‘부킹’ 수고비를 따로 요구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