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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진정서 각하 안팎]김대업씨 '고도의 전술' 의혹

입력 | 2002-10-16 19:02:00


김대업(金大業)씨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차남 수연(秀淵)씨의 병역면제 문제를 진정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사실상 수사 결론을 냈지만 이를 밝히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6일 브리핑에서 “김씨와 수연씨측이 돈을 주고받았다는 시기 등을 감안했을 때 진정 내용이 수사 대상이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많은 검사들은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이 돼 있기 때문에 수사팀은 형식적인 절차를 최대한 갖춘 뒤 수사 결과를 내놓기 위해 말을 아끼고 있다”고 관측했다.

검찰은 또 가능성은 낮지만 김씨가 수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라며 새로운 물증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판단, 김씨를 불러 진정인 조사를 하기 전에는 공식적인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 일부에서는 이번 진정 사건은 김씨가 자신은 전혀 처벌받지 않으면서 이 후보에만 타격을 주기 위한 전술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수사 대상이 아닌 사안을 진정한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안되기 때문에 김씨는 부담스러울 게 없지만 진정 내용은 언론을 통해 공개돼 이 후보측은 사실상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15일 뉴스위크 한국판은 16일자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진정서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고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이에 근거해 진정서 내용을 보도했다.

더구나 진정 내용이 김씨가 직접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에게서 돈을 받고 수연씨 병역면제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자극적이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급 검사는 “김씨가 교묘한 전술을 구사했다고 볼 측면도 있다”며 “수차례 검찰에 고소를 해본 김씨가 진정 내용이 수사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이 진정 사건과 관련해 일절 대응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결정한 배경도 진정 내용이 수사 대상이 안 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진정 사건과 관련해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고발할 경우 검찰이 정연씨 병역면제 의혹 사건처럼 진정서의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한 수사를 벌이게 되고 이 경우 언론이 속보를 보도할 수밖에 없어 김씨의 전술에 말려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