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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한국 전시사업 어디로 가야하나

입력 | 2002-10-07 18:04:00



《서울 도심 속의 ‘독립도시’ 코엑스단지는 국제 전시회가 열려야 구색이 갖춰진다. 6만평 규모의 코엑스단지와 주변의 호텔 음식점 술집은 국제회의(컨벤션)와 전시회에 참가한 내외국인들로 잠시 ‘세계의 중심’에 선다.

전시회 개최의 최대 수혜자는 코엑스단지에 있는 그랜드호텔 및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인터컨티넨탈호텔의 소병기 상무는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국제회의가 열리면 양 호텔 객실 1200개가 모두 찬다”며 “전시 및 컨벤션산업 만한 고부가가치산업이 없다”고 말했다.

전시회(박람회)로 날이 새고 진다는 독일은 무역거래의 60%가 박람회에서 이뤄진다. 연간 850여개의 크고 작은 박람회에서 900억달러의 교역 물꼬가 터진다는 것. 23만명의 독일근로자는 전시회 덕분에 일자리를 얻는다.》

▽한국 전시회 수준은?〓전시장 가동률을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가동률이 70∼80%대에 이르는 것도 속내를 들춰보면 그리 자랑할 만한 것은 못된다. 유학 취업 결혼 등 내국인 대상의 내수용 전시회가 자주 열리면서 전시장 쉬는 날이 적어진 것. 부산 대구 등 지방 전시장 가동률은 개장 초기여서 30%대에 불과하다.

한국엔 국제전시연합(UFI)이 인증하는 국제전시회가 단 한 개도 없다. 반면 중국은 UFI 인증 전시회가 22개로 전시 대국(大國)의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전시회는 참가업체와 바이어가 만나 교역이 이뤄지는 장소라는 점에서 물품 구매자, 특히 해외 바이어의 참가비율을 무척 따진다.

코엑스에 따르면 해외 바이어 참가비율은 싱가포르 27%, 독일 19%, 미국 14%, 홍콩 9%이나 한국은 고작해야 1∼2%수준(코엑스의 경우)에 그친다.

독일계열 메세 프랑크푸르트 코리아의 진용준 사장은 “일부 외국전문가들은 한국 전시회를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쇼(Public Show)수준으로 평가절하한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전시회는 연간 240회 가량 열리지만 참가업체수가 400개를 넘는 전시회는 고작 2∼3개 정도다.

국내 대표적인 정보통신전시회인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전(SEK,7월 개최)의 부스 규모는 600개, 컴덱스 코리아(8월 개최)는 400여개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포토키나 2002’에서 5000만달러 규모의 자동카메라 수출계약을 한 삼성테크윈의 김현희 차장은 “국내 광학전시회는 기업홍보용으로, 해외 광학전시회는 수출계약을 위해 참가한다”고 말했다.

▽희망은 있다〓올 5월 방한한 샌디 앵거스 UFI회장은 “일부 전시회는 규모와 운영에서 국제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며 한국 전시산업의 잠재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코엑스 안재학 사장은 “한국의 전시산업은 고작 20여년으로 역사가 일천하지만 발전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강조했다.

우선 코엑스는 10월2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UFI총회에서 한국국제공장자동화종합전(KOFA), 서울국제농기계박람회(SIEMSTA),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 등 3개의 토종전시회에 대해 국제인증을 받는다. 한꺼번에 국제인증 전시회가 3개나 생기는 셈.

조상근 코엑스 전시기획팀장은 “국제인증을 위한 사전 절차를 이미 마치고 총회에선 선언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작년 부산 BEXCO, 대구 EXCO 개장에 이어 2004년 경기 고양국제전시장이 문을 열면 수도권에 쏠리는 전시장 수요는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전시산업 도약을 위해선〓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외국인들이 방문하기엔 불편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도 외국인 바이어를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국내 전시기획업자들은 영세해 해외홍보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이익에만 급급하다보니 전시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엑스 안재학 사장은 “국제규모로 육성할 전시회를 선정해 해외홍보 및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해외 바이어 유치 등 무역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도 이익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세 프랑크푸르트 코리아 진용준 사장은 “바이어와 일반 관람객의 입장일을 나눠 운용하는 등 무역상담이 활발히 이뤄지게 국제전시회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시분야를 좀더 세분화해 국제화하는 것도 세계적인 추세다. 예컨대 ‘섬유전’은 ‘커튼 의복 기성복 직물 섬유기계’ 등 부문별로 특화해 대형화하는 것.

내수용 전시회가 너무 많다는 지적과 관련, 한국전람 이홍규 사장은 “내수진작과 국내 기업의 마케팅활동을 위해 내수용 전시회도 필요하다”며 “비슷한 전시회끼리 경쟁이 심해지면서 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