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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産銀대출금 장부 누락]3000억 과연 어디에 썼나

입력 | 2002-09-30 18:56:00


6개월 동안 장부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3000억원의 행방이 현대상선의 대북(對北) 송금의혹과 관련해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적어도 대북송금설(說)이 제기된 시기에 산업은행 지원금 49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의 사용처가 분명치 않다. 한나라당의 주장을 입증하거나 반박하려면 이 돈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산업은행이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을 제쳐놓고 현대상선을 긴급지원한 과정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3000억원은 어디로 갔나〓기업 회계기준에 따르면 기업이 은행과 당좌대출 약정을 하면 한도 및 실제 사용금액을 재무제표에 공시해야 한다.

2000년 6월말 현대상선의 반기보고서에는 외환 등 16개 은행과 4415억원의 당좌대출 약정을 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 당좌대출 사용금액은 △산업 1000억원 △농협 국민은행 각각 300억원 △외환 신한 각각 200억원 등 모두 2800억원으로 돼 있다.

만일 산업은행이 6월7일 4000억원을 약정한 것을 포함하면 나머지 15개 은행의 약정금액은 415억원이 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15개 은행에서 인출한 금액만 1800억원이나 된다.

산업은행 약정금액 4000억원 가운데 실제 인출한 1000억원만 공시하고 나머지 3000억원은 아예 빠뜨린 것.

반면 6개월 뒤인 2000년 12월 결산보고서에는 산업은행 지원금 4900억원 가운데 상환분 1700억원을 제외한 대출명세가 모두 나타나 있다. 3000억원이 6개월 동안 사라졌다가 나타난 것. 현대상선이 이 돈을 다른 곳에 썼다가 연말에 다시 자금을 구해 채워넣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대상선, 갑자기 4000억원 부족(?)〓현대그룹의 주채권 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은 2000년 5월26일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의 자금난 해결책을 발표했다.

외환은행은 현대상선이 6월 이후 475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지만 △월 운임수입 4000억원 △가용예금 2000억원 △당좌대출한도 4400억원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림(金暻林) 당시 외환은행장은 “이미 외환은행과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의 당좌대출한도를 각각 500억원, 1000억원 늘렸기 때문에 유동성위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현대상선은 갑자기 6월5일 산업은행에 400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외환은행은 이미 그해 4∼5월 제2금융권의 현대상선 여신회수(4151억원)를 알고 지원책을 만들었다. 외환은행은 “현대상선이 4000억원 지원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지원 근거로 내세운 제2금융권 자금회수는 설득력이 약하며 외환은행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현대상선을 독자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박상배(朴相培) 부총재는 “당시 외환은행이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상선은 단기유동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다른 채권자들이 연쇄적으로 현대상선의 자금을 회수하면 지원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조용히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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