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천대공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소풍 온 중학생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교복과 체육복 차림 일색이던 예전 소풍과는 달리 자유복을 하고 있었다. 옷차림 때문인지 모두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며 대공원을 돌다보니 멀찍이 혼자 떨어져 있는 아이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시를 쓰나, 그림을 그리나? 이같은 생각을 하며 계속 도는데, 조각공원 쪽에서 혼자 있는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저 혼자란 사실에 스스로 무안해지는 표정을 엿 볼 수 있었다.
불현듯 지난해 인천대공원에서 있었던 가을소풍의 모습이 떠 올랐다.
그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모두 어우러져 도시락을 먹는데 유독 한 아이만 저만치 떨어진 나무 아래 혼자 있었다.
보통 아이들보다 덜 예쁜 얼굴, 뚱뚱한 체형을 가진 아이였는데 도시락은 아예 꺼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혼자 외롭게 먹기가 민망해서인지, 친구들은 식사를 하는데 나무에 기댄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러다 점심을 거른 채 빈속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또 보기엔 멀쩡하게 키가 크고 잘 생긴 녀석이 맨 뒤에 처져 작은 아이들 여럿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솔교사는 저만치 앞서 가고 있어 뒤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
엄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말렸지만, 그 키 큰 아이는 여전히 맨 뒤에 처진 채 혼자 고개를 숙이며 걸어갈 뿐이었다. 그 아이에게는 같이 걸어갈 단 한 명의 친구도 없는 듯 했다.
큰 키에 준수한 외모의 그 아이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어떤 표시도 없었다.
‘겉 낳지 속 낳느냐’는 말이 있다. 자식을 두고 하는 말인데 아이들의 속내까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없는 부모의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들은 믿는다. 집에서 반듯한 아이이기에 밖에서도 반듯할 것이라고, 집에서 사랑받기에 밖에서도 귀염받을 거라 여기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믿음을 확인해 볼 기회가 없으니 왕따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은 그저 남의 집 불 구경 정도로 흘려 듣는다.
맨 뒤에 떨어져 친구들에게 매맞는 아이. 바로 소풍길의 왕따 아이가 우리의 아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 아이가 소풍길에서 친구를 소외시키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가 집에 와서 반에서 왕따 당하는 친구 얘기를 할 때 “한번 데려와라,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다면 적어도 친구를 소외시키는 일만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왕따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적어도 나와 남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기주의적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긍정적인 생각으로 친구들을 사랑할 것이다.
임영례 프리랜서 겸 남동마당 편집위원 im-buksi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