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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나라 터키서 나흘간 ‘보은 침술’

입력 | 2002-09-29 18:14:00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 소속 한의사 김복근씨(왼쪽)가 19일 한국전쟁 참전군인을 치료하고 있다. - 이태훈기자


“촉 데세큐 에데름(매우 감사합니다).”

이달 19일 터키의 수도 앙카라의 한국전쟁 참전군인 메흐멧 &멘(72)의 집. 그는 10년 전 시작된 전신마비 증세로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상태였다.

한의사들의 자원봉사단체인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 소속으로 터키의 한국전쟁 참전군인을 치료하기 위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들과 동행한 한의사 김복근(金福根·63)씨가 뻣뻣하게 굳은 &멘씨의 다리에 침을 꽂았다.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 침을 맞은 지 몇분 만에 &멘씨가 스스로의 힘으로 다리를 조심스럽게 들어 보였다.

터키 곳곳에서는 이달 17일부터 보은(報恩)의 인술이 4일간 펼쳐졌다.

17일 터키 중부의 카이세리시(市) 에르지에스대학병원에 마련된 무료진료소에서는 한의사 11명이 팔을 걷어붙이고 분주히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침술의 권위자인 한의사 강대인(姜大寅·39)씨가 10년째 만성 두통에 시달려온 네츨라 뷴거(30·여)의 왼쪽 손목에 침을 놓자 그녀의 눈망울이 금세 맑아졌다.

목 뒤에 두 번째 침을 맞은 그녀는 “이이 레시트(병이 나았어요)”를 외쳤다.

2년간 그녀를 치료했던 에르지에스대학병원 통증클리닉 의사 파티 오거(41)는 “그녀에게 모든 치료법을 다 써 봤지만 두통을 고칠 수 없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코렐리(한국인)의 기적’은 순식간에 터키인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급기야 이 지역 신문인 ‘예니 카이세리’는 한의사들의 봉사활동을 18일자 1면 톱기사(‘복음을 전하는 한국의 의사들’)로 크게 보도했다.

19일 아침부터는 환자가 구름같이 몰리면서 진료기간 4일 동안 1000여명의 터키인이 치료를 받았다.

한편 이번 터키 한방 진료봉사에 한약제를 후원한 국가보훈처는 김종성(金鍾成) 차장과 백선엽(白善燁·82) 예비역 대장 등 대표단을 터키에 파견해 19, 20일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한국전 참전군인 500여명을 초청해 두 차례 위문 만찬을 여는 등 터키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첫 공식 보훈 활동을 펼쳤다.

1993년에 발족한 KOMSTA는 지금까지 1000여명의 한의사들이 네팔 베트남 터키 등 20개국(37회)에서 자비를 털어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펴왔다.

앙카라〓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