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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응의 미술과 시장]⑿미술품 PB

입력 | 2002-09-29 17:45:00


요즘 신문 경제면에는 프라이빗 뱅킹(PB·Private banking)에 관한 기사가 부쩍 늘었다. ‘부자 고객을 모셔라’ ‘PB시장 싸고 금융권 대격돌’ 등 금융회사들이 벌이고 있는 부자 마케팅과 PB전문가 모셔오기 경쟁에 대한 내용들이다.

사실 전체 수익의 90%를 기여하는 10%의 상위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만고만한 금리에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금융회사들로서는 금융외(金融外) 서비스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 간혹 새롭게 눈에 띄는 것이 미술관련 서비스다. 미술관 투어, 미술감상 강좌 등 초보적 프로그램부터 유수 외국계은행의 해외미술품 구입상담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의 폭도 매우 넓다. 이런 미술관련 서비스(아트 뱅킹)는 이 방면의 원조인 스위스계 은행의 PB와 역사를 같이한다.

유럽의 전통 명문가문 치고 미술품을 소장하지 않은 집이 없다. 따라서 은행들이 PB의 하나로 아트뱅킹을 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즘 유럽계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 은행들이 제공하는 미술관련 서비스는 정보제공, 미술품의 매매, 교체, 운송, 보관, 보험가입, 감정, 수리복원, 담보대출, 상속에 관한 상담 등 실로 다양하다. 심지어 고객 소장품을 대상으로 도록 제작, 전시기획, 미술관이나 재단설립, 경매주선까지 한다.

최근 동남아 미술시장에는 흥미로운 움직임이 있다. 홍콩은 아시아 PB의 중심일 뿐 아니라 소더비, 크리스티의 경매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경매거점의 하나로 유명하다. 홍콩에 최근 미술품 투자바람이 불면서 경매가 활기를 띠고 있는데 배후에는 홍콩에 자리잡은 세계 유수은행들의 PB가 있다. 중국 본토와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서 유입된 자금이 PB를 통해 미술품에 투자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탄생한 신흥 부자들을 중심으로 자국 내에서도 미술품 투자 붐이 일고 있고 중국 역시 경제호황 혜택을 본 계층이 매수세력으로 나서 미술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자금이 홍콩 미술시장에까지 흘러 들어온 배경에는 앞날의 정정(政情)에 대한 불안과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적 확신이 결여된 가운데 자산을 안전한 투자처인 미술품으로 분산시키고자 하는 심리가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김순응 서울옥션 대표 soonung@seoulauc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