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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대선출마 현대家 기업 움직임

입력 | 2002-09-17 18:32:00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대선 출마가 17일 현실로 나타나자 현대가(家)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비록 2000년 8월 서로 다른 계열로 분리됐지만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창업주의 대선 출마로 정치권과 관료사회의 극심한 견제를 받았던 10년 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이 대주주로서 고문을 맡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이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동안 대선 출마설이 나올 때마다 “정 의원의 정치활동과 회사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정 의원은 1988년 13대 국회에 진출하면서 중공업을 떠났으며 대주주로서 입장을 밝혀야 할 때를 빼면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 등재임원이 아니므로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심지어 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나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내 서울사무소에도 정 의원의 사무실이 없다는 것.

하지만 현대중공업 경영진 인사에 정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고 여전히 대주주인 만큼 세간의 관심은 여전히 쏠리고 있다. 최길선(崔吉善) 민계식((閔季植) 두 사장은 정 의원이 경영을 맡을 때 측근들이었고 재무담당 박병기(朴炳琪) 부사장은 정 의원의 재산까지 챙기는 ‘정 의원 집사’로 알려졌다.

정경분리를 바라는 여론에 따라 정 의원은 고문직을 사퇴하고 출마 및 공직기간 중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블라인드 트러스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교보증권 장근호 애널리스트는 “이 역시 완전한 지분정리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가의 맏형인 정몽구(鄭夢九) 회장이 이끄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이날 정 의원의 기자회견장에 직원들을 보내 취재진을 상대로 여론동향을 살폈다. 정 회장은 정치역풍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대외행사를 자제하고 있다.

해외출장 중 “정 의원은 사람이 좋다”고 밝혀 가벼운 설화(舌禍)를 겪었던 정 회장은 19일경 세계박람회 유치활동을 이유로 해외출장을 나간다. 일부에서는 추석 연휴에 정 의원과의 만남을 피하기 위한 출장이라고 보고 있다.

정몽헌(鄭夢憲) 회장의 현대그룹은 사실상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주력계열사가 많아 정 의원의 출마와 관련해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껄끄러워 하고 있다. 더욱이 정몽헌 회장의 최측근이자 금강산관광사업의 지휘자였던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이 이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돼 정치권의 ‘현대 때리기’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