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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약발 안듣는 통화정책

입력 | 2002-09-11 17:19:00


시중에 돈이 넘치면서 각종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으며 콜금리를 올려도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등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9월 정책금리인 콜금리 수준을 12일 결정한다.

은행의 대출금리와 가계대출 추이 대출금리(연%)가계대출(억원)1997년말11.83585,2571998년말15.18555,2161999년말9.40791,2592000년말8.551,089,4502001년말7.711,576,1072002년 6월말6.781,931,915대출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자료:한국은행

11일 한은에 따르면 올들어 은행의 평균 대출금리가 지난해 말(7.71%)보다 1%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8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7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8조6707억원(30.6%) 늘었다. 은행을 포함한 카드 보험 할부금융 등 금융회사가 빌려준 가계신용 총액도 크게 늘어 3월 말 현재 368조1370억원에 이른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 최근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 근본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5월에 콜금리를 4.0%에서 4.25%로 0.25%포인트 올렸다. 그러나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대출금리는 4월 6.82%에서 5월 6.80%, 6월 6.78% 등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이 콜금리를 올려도 시중금리가 반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중에 수요보다 많은 돈이 풀려 있기 때문이다.

총유동성(M3)은 잔액 기준 6월 말 현재 1092조6150억원으로 작년 9월 1000조원을 돌파한 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총유동성은 올들어 6개월 만에 74조9000억원 늘었다.

6월 말의 총유동성은 작년 6월 말에 비해 13.5%나 늘었다. 한은이 올해 감시목표로 정한 총유동성 증가율은 8.0∼12.0%.

시중에 돈이 많다보니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예금금리도 떨어져 6월 말 현재 연 4.05%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예금이자는 3% 안팎의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16.5%)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0) 수준이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거시금융팀장은 “5월에 콜금리를 올렸지만 충분하지 않아 시중금리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남아도는 돈도 기대만큼 흡수하지 못했다”며 “경기 상황을 보아가며 시중자금을 천천히 흡수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