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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임진각 550㎞ ‘울트라 마라톤’ 완주한 최성열씨

입력 | 2002-08-29 18:04:00


“마라톤은 중년의 삶과 닮았습니다.”

지난달 14일 부산 태종대에 중년 남자 14명이 모여 임진각을 목표로 550㎞를 달렸다. 기간은 5일. 하루 100㎞를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다. 550㎞는 지금까지 열린 ‘울트라 마라톤(63㎞ 이상)’에서 세계 최장 거리였다.

5일 동안 거의 잠을 자지 않고 19일 임진각에 도착한 사람은 8명. 최성열(崔成烈·53·경북 포항시 영일고교 행정실장·사진)씨는 완주한 ‘철각(鐵脚)’ 가운데 최고령이다.

“살아온 50년을 되돌아보며 달렸습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부터 결혼해 아이들을 키운 일이며 직장생활 등 온갖 삶의 조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울트라 마라톤은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40대 후반부터 시작하는 게 적당한 것 같아요.”

최씨가 울트라 마라톤에 처음 도전한 것은 지난해 9월. 인천 강화∼강원 강릉 경포대의 311㎞경기로 65시간을 뛰어 완주했다. 이어 올 3월 제주에서 열린 200㎞ 울트라 마라톤에서 27시간46분으로 국내 1위를 차지했고 5월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열린 100㎞경기도 뛰었다.

“50세이던 99년 3월 경주동아마라톤의 하프코스에 도전했습니다. 겨우 완주했지만 다리가 아파 걸을 수 없더군요. 그러나 용기를 내 다음해엔 경주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뛰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완주하니 조금 자신이 생겼어요.”

지난해 3월 동아마라톤을 완주해 미국 보스턴대회 출전자격을 딴 그는 올 4월 보스턴대회에 참가해 3시간13분으로 완주해냈다.

키 160㎝, 몸무게 55㎏의 자그마한 체구인 최씨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아침저녁으로 10㎞씩 달리지 않고는 아무 일도 못할 정도로 ‘달리기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해 10㎞대회를 우습게 봤다가 겨우 완주했습니다. 꼭 인생 같아요.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됩니다. 풀코스에서 가장 힘든 35㎞ 지점은 인생으로 치면 50대 초반에 해당될 겁니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내 삶도 중도탈락이라 생각하면 힘이 나요. 달리다 힘들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고 생활이 힘들면 달리기를 생각합니다. 10㎞든 500㎞든 비슷해요.”

달리기 비결을 묻자 그는 “어디서 힘이 나는지 모르지만 규칙적으로 자꾸 달리니 되더라”며 “달려온 거리는 살아온 인생이고 남은 거리는 살아갈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뛰면 ‘오기’가 생긴다”고 답했다.

그는 통일이 돼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달려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