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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109…삼칠일 (8)

입력 | 2002-08-27 18:20:00


희향은 늘 한 사발 밖에 넣지 않는 쌀을 하나 둘 세 사발 퍼서 질그릇에 담아 우물물이 담겨 있는 항아리에서 바가지로 물을 하나 둘 세 바가지 떠서 질그릇에 붓고, 도돌도돌한 벽면에 비비듯 싹싹 쌀을 씻어 뜬물을 버리고 다시 한 번 싹싹 싹싹. 사흘전에 삶아서 대바구니에 담아 처마밑에 널어둔 보리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사발 퍼서 가마솥에 넣고, 물기를 뺀 쌀을 보리 위에 올려놓았다.

형님 형님 사촌형님 시집살이 어떱뎁까

이애 이애 그 말 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밭에는 당추 심고 뒷밭에는 고추 심어

고추 당추 맵다 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둥글둥글 수박 식기 밥 담기도 어렵더라

도리도리 도리 소반 수저 놓기 더 어렵더라①

희향은 노래를 부르면서 뒤뜰에 묶어둔 솔가지와 잎을 껴안고 들어와 아궁이에 집어넣고 불이 붙은 성냥을 던져 넣고 풀무질을 하였다. 주홍색 불꽃이 피어오르고 연기가 희향의 머리카락과 저고리 안으로 파고들었다. 풍로의 숯이 좀처럼 빨개지지 않는다. 쭈그리고 앉아 풀무로 휙휙 바람을 보내자 숯이 점점 빨개지면서 양철 냄비 속 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오늘 아침 뜯어온 미나리를 대야 물에 흔들어 모래를 떨어내고 젓가락으로 끓는 물에 넣고, 자 다음은 90전이나 하는 소고기다. 희향은 도마 위에다 소고기를 놓고 똑똑똑똑 잘게 썰고, 양은 냄비에 참기름을 뿌리고 지글지글 끓는 잠깐 사이에 미나리를 바구니에 담아 찬물을 끼얹고 오른 손으로 꼭 짜 작은 사발에 담아 소금과 간장으로 맛을 냈다. 이러면 한 가지 완성. 지글지글 끓는 참기름에 소고기를 볶고, 물에 불려 두었던 미역을 잘라 물과 함께 냄비에 넣었다. 이제 끓기만 기다리면 된다. 은어는 아직이다, 너무 구우면 맛이 없어지니까, 밥하고 미역국이 다 되면 그 다음에 구워도 된다. 된장에 박아 두었던 마늘쫑을 꺼내 접시에 담으면 마늘 장아찌도 됐고. 희향은 저고리 소매를 걷어 부치고 장독대로 가서 제일 큰 장독 뚜껑을 열고 새빨갛게 익은 배추김치를 꺼냈다.

①시집살이 노래/경북지방 민요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