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인 미국 어린이 데본 그린의 하루는 미국 동부에서 최고의 경제 애널리스트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헨우드와의 전화회의로 시작된다.
전화통화를 끝낸 그린양은 하루에 400달러(약 48만원)짜리 호텔방에서 나와 월스트리트 저널이 꽂혀 있는 복도의 신문대를 지나친다. 그 신문의 내용은 이미 전화회의에서 브리핑받은 것들.
그린양은 로비로 내려가 동생 제시와 만나 보통의 아이들처럼 팔을 잡고 돌며 뛰논다.
미국에서 부유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어린이 최고경영자(CEO)’ 교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24일 보도했다.
그린양이 참가한 교육은 플로리다의 최고급 호텔인 팜비치 리츠칼튼에서 열린 ‘어린이 금융 캠프(Kids Money Camp) 2002’.
3일간 열린 이 캠프에 미국 전역의 ‘부자아빠’들이 참가비 950달러(약 114만원)를 내고 자녀들을 보내 주식과 채권, 투자신탁, 인수합병 등을 배우게 했다. 올해는 7세 때 캔 재활용업체를 창업해 CEO가 된 그린양을 비롯, 11∼19세의 어린이와 청소년 13명이 참가했다. 5년째 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수전 브래들리는 이 캠프를 시작한 동기에 대해 “돈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벤츠 C230을 몰고 호텔에 도착한 16세의 폴 램버트는 상의 윗주머니에 몽블랑 만년필을 꽂으며 “나이가 들면 CEO가 되고 싶다. 물론 돈과 권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캠프 첫 시간에 브래들리씨는 자신이 쓴 ‘일확천금 관리법’이라는 책을 나눠주고 “이 세상에 돈과 관련되지 않은 게 있나요”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일제히 머리를 가로저으며 “노”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