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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나서]눈과 머리로 즐기는 바닷속 여행

입력 | 2002-08-16 18:00:00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파랗게 보인 답니다. 지구의 3분의 2는 바다로 덮여 있기 때문이죠.

1면에 소개한 ‘아름다운 바다’는 바로 그 광활한 바다에 관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아우르는 책입니다. BBC가 해양 탐사를 통해 밝혀낸 사실들과 최근의 과학적 발전을 소개한 이 책에는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화보가 많이 실린 자연과학서적이나 다큐멘터리 형식의 책은 출판기자들의 책상 한 켠으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책 크기도 만만치 않은 데다, 두께도 제법 되기 때문에 청소년용 도감이나 입문서의 느낌을 주기 십상이어서죠. 하지만 이런 책이 없다면 바다의 탄생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 같은 단순한 궁금증부터, 심해 생태계의 비밀 같은 과학적 지식까지 한 번에 알아낼 수 있는 경로는 없을 것입니다. 늦여름의 더위로 인해 짜증나는 요즘, 책장을 펼치고 시원한 바다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십시요.

2면과 5면에 다룬 ‘그 나라의 역사와 말’과 ‘조선시대 유생상소와 공론정치’는 지나간 역사를 통해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들입니다. ‘그 나라의 역사와 말’은 일제 강점기 시절을 견디면서 일곱 권의 신문 스크랩북을 남긴 ‘평민 지식인’ 이찬갑의 일상과 세계관을 담아낸 책입니다. 자기 자랑 같아 쑥스럽지만 민족의 거울 역할을 한 동아일보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유생상소와 공론정치’에서는 유생들의 상소를 통해 형성한 공론은 왕이나 특정 집단이 정국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견제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납니다. 그러고 보면 ‘e메일 국정홍보’로 인해 논란을 빚는 오늘날 보다 오히려 조선시대의 정치인들이 선진적인 정치를 실천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6면에 실린 틱낫한 스님의 책들은 아무래도 젊은 독자들보다는 30, 40대 이상의 독자들의 가슴에 위안을 줄 것 같습니다. 세상에 부대끼면서 얻은 상처에 굳은 살이 배긴 사람들이 공감할 대목이 많기 때문입니다.

계층간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개천에서 용 나기도 힘들어진 세상이라고 합니다. 작가 공선옥씨가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우리 사회의 그늘진 삶’을 짚어본 소설집(7면)도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고미석기자 출판팀장·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