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기 소음에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5일 오후 4시경 사천비행장 바로 옆인 경남 사천시 축동면 구호리. 정자나무 아래서 더위를 식히던 구호리장 박우동(朴雨同·68)씨 등 주민들은 “훈련기가 마을 위를 날아갈 때면 텔레비전 시청은 커녕 전화 통화마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박상규(朴相奎·69)씨도 “훈련기 뿐 아니라 하루 몇 차례 뜨고 내리는 여객기 소음은 엄청나다”며 “불편이 많았지만 국가적인 문제라서 그간 참아온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앞서 3일 오전 11시경 사천비행장 옆 K주유소에서는 훈련기 굉음으로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제트 엔진을 장착한 T-37 훈련기가 뜬 때문. 프로펠러기인 국산 KT-1에 비해 소음이 심하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
결국 비행장 인근지역 주민들은 경기 김포주민 9600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낸 직후인 3일 ‘사천비행기지 소음피해 주민대책협의회(회장 김용준·金容俊·65)’를 만들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일요일과 악천후를 제외하고는 매일 수백회씩 훈련기들이 이착륙과 선회비행을 하는 바람에 주거권을 침해당할 뿐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마저 어렵다는 주장.▶지도참고
협의회에는 축동면 구호리 외에 신기와 배춘마을, 곤양면 중항리와 사천읍 수석, 용당리는 물론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와 예상리 등 500여가구 주민이 동참하고 나섰다.
이들은 곧 주민 서명을 받아 당국에 진정서를 내기로 했다. 그런 뒤 정부와 군에서 내놓는 방안이 탐탁치 않을 경우 비행장 입구에서 집단시위를 벌이고 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계획.
협의회장 김씨는 “시골 사람들이라서 50여년 동안 참고 견뎠지, 벌써 이주나 보상이 끝났어야 할 사항”이라며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싸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 신현명(申鉉明·66)씨는 “야간 훈련비행이 있는 날은 한 마디로 난리”라고 주장했다.
공군측은 “고도를 높이고 가능한 마을 위를 비행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공군은 2004년까지 훈련기종을 KT-1으로 바꾸면 소음이 크게 줄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비행훈련은 조종사 양성을 위해 불가피하며 이주와 보상문제 등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사천비행장 주변지역의 소음영향을 조사할 계획이며 자치단체와 주민대표, 공군이 참여하는 ‘소음대책 위원회’의 구성도 준비 중이다.
사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